관료 중심 조직의 모순이 사고 규모 더 키워
"국책은행 해결방식은 결국 문제를 덮는 것"
민간기업 수준으로 책임 소재 명확히 밝혀야
'선량한 관리자'의 부재가 또다시 심각한 금융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정책자금을 자금을 다루는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9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관료 중심 조직의 '나만 아니면 돼' 식의 관행이 결국 내부통제의 블랙홀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현행 국책은행 관련 제도로는 감시기능 변화를 이끌 뾰족한 수가 없다는 반응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7년간 총 882억원 상당의 부당대출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발생한 은행권 금융사고 가운데도 심각한 사례로 분류된다. 한 직원의 일탈이 아닌 다수의 임직원들이 조직적이고, 고의적으로 일으킨 사고기 때문이다.
특히 부당대출을 걸러내야 할 심사역 은행원도 사건에 연루되는 부도덕의 끝을 보였다. 관련 부서 직원들은 올해 정기 검사 기간 중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 특성상 시중은행과 다른 수동적 조직 구조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내 임기 중에만 안 걸리면 돼'라는 식의 일부 잘못된 관행이 사고를 키웠다는 얘기다.
기업은행은 민간 시중은행이 아닌 금융위원회 산하기관으로, 정부가 지분율을 68.5%를 차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할당한 예산 내에서 인건비를 운용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윤종원 전 행장과 김성태 현 행장 임기에 걸쳐서 발생했다. 관료 출신인 윤 전 행장 측근 공무원들이 사고 발생 당시 감사업무를 맡았고, 이에 내부 통제에 안이한 관행들이 존재했을 거라는 지적이다. 현 준법감시인도 공무원 출신으로 소득세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관료 중심의 사회에서는 '내가 있을 때만 이 문제가 안터지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국책은행의 해결방식은 결국 문제를 덮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업이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 관여가 높은 규제산업이라는 점도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민간 기업의 경우 자유시장 구조에 따라 지속적으로 경쟁 구도에 놓인다.
부정적 이슈로 인한 주가 하락, 적자 등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 회사 차원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프로그램이 즉각 작동된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규제산업은 자유경쟁 논리가 최소화되기 때문에 부당행위와 비리가 싹트기 쉬운 생태계다. 게다가 정책자금을 다루는 국책은행은 더더욱 무책임한 분위기에 노출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 속에서도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금융전문가 투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업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내부 이해관계에서 객관적인 위치에 있는 전문가에게 감사 역할을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 특성상 관료 중심의 구조가 여전하다 보니 시장의 규율을 세게 받지 않는 게 원인"이라며 "내부통제 관리자는 대표나 임직원들의 비리를 견제해야 하고 감사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