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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관저정치' 재개?…여권 잠룡들 셈법 복잡


입력 2025.03.11 00:10 수정 2025.03.11 00:1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강성층 입김 커질 가능성에…'찬탄파' 난감

한동훈 "대통령 뵐 기회 있었으면" 목소리

'반탄파' 잠룡들은 尹心 낙점 기대하는 듯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를 결정해 윤 대통령이 석방된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반대와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로 복귀하면서 이른바 '관저 정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권 행보의 보폭을 넓히던 여권 잠룡들의 속내가 복잡해질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현재 이 상황은 대권주자 모두에게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도적으로 지지세를 형성한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강화돼 탄핵에 찬성한 주자들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탄핵에 반대했더라도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내 역학 구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몰라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전자(前者)는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 등이 속한다. 두 사람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 대통령 탄핵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강성 지지층과 거리를 둬왔다. 두 사람 모두 공개적으로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건 아니지만,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같은 집권 플랜을 밝히면서 사실상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다수의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한 전 대표의 속내가 복잡해진 모양새다.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당대표 시절까지,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한 전 대표는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이래 북콘서트와 대학생 강연 등을 여는 지지세 확장에 주력해왔다. 신인규 변호사는 이날 YTN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는 책도 쓰고 강연도 다니면서 누가 봐도 차기 대선을 향한 행보를 해왔기 때문에 아마 가장 당황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이날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는 발언을 한 건 이런 복잡한 속내가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때가 되면 대통령을 뵐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내려온 뒤 윤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의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 대표는 또 "인신 구속은 절차적 정당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법원에서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속취소 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구심점이 된 상황에서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중도 성향으로 강성 당원보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의 지지층이 넓은 것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을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헌재에서 절차적 하자가 수 차례 반복됐다"며 "헌재는 실체적·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르면 이달 중순께 저서 '다시 성장이다'를 출간하려 했으나, 상황이 급변하면서 출간 시점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 시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정을 통해 강조해온 △도전과 성취 △약자 △미래세대 △지방 △국제사회 등 '5대 동행'을 중심으로 선진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철학을 해당 책에 담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히 오 시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저서에) 한마디로 혹여 '오세훈이 집권한다면 이런 나라가 되겠구나'라고 짐작하는 안내서 성격도 있다"고 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는 "한 전 대표와 오 시장 모두 중도 확장성은 있다"면서도 "탄핵심판 결론이 나온 건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보수 구심점'이 돼버린 상황이 결코 두 사람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온 잠룡 입장에서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의 향방 때문에 셈법이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탄파' 대권주자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등이 거론된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 방송에서 "조기 대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헛된 꿈꾸지 말라고 계속 말씀드려 왔다"면서도 "정치분석가들은 '다음 대통령 후보는 윤심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친윤(친윤석열)계 관계자도 통화에서 "지난해 전당대회 때와는 달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강성 지지층 결집으로 높아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윤심'의 파장이 그때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윤심' 낙점을 기대하며 윤 대통령의 관저 복귀 이후 더욱 조기 대선 가능성에 거리를 두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리 대통령께서 공정한 재판에 의해 다시 직무에 복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절차와 과정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것이 국민과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고, 홍 시장도 같은 날 "(탄핵이)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이다. 전쟁보다 혼란이 더 낫지 않나"라고 적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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