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선택 기준, 성능 위주에서 사용자 의사결정 적극 돕는 AI 기능으로
단말 제조사, 신규·교체 가입자 확보 및 AI 구독 서비스 효과 기대
통신사, '돈 버는 AI' 드라이브…B2C·B2B AI 통신 서비스 확장
단말 제조사, 통신사들이 인공지능 비서(AI 에이전트) 서비스 경쟁을 본격화했다. 단말·통신 경쟁력이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스마트폰 성능에서 일정 자동 정리, 건강 관리 조언 등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AI로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잘 구현한 AI 모델이 얼마나 똑똑한지가 앞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AI 경쟁력은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애플·화웨이 단말 제조사들에게는 스마트폰 판매 제고·AI 서비스 관련 수익 증가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사들에게는 고객 이탈 방지, B2B 솔루션 사업 시너지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단말 제조사 및 통신사들은 최근 열린 'MWC 2025' 행사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AI 에이전트'를 강조했다. AI 에이전트는 개인 비서와 같은 개념으로, 인간의 개입 없이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자율 지능형 시스템을 말한다.
먼저 SKT는 2023년 출시한 ‘AI 개인비서’ 서비스 '에이닷'을 여러 차례 개편해 전화, 챗봇, 음악, 미디어, 증권 등으로 고객 일상 케어 범주를 확대했음을 강조한다. '에이닷 전화'는 스팸 ·피싱을 탐지하거나 통화에서 언급된 일정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에이닷 앱'은 글로벌 첨단 거대언어모델(LLM)을 한 데 모은 ‘멀티 LLM 에이전트’를 통해 챗GPT 등 다양한 대화영 AI 모델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LG유플러스는 AI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ixi-O)’를 통해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반의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보이는 전화 ▲통화 녹음 및 요약 ▲통화 후 검색 정보 제공 등을 지원한다.
최근에는 LG AI연구원 등과 협력해 익시오를 고객의 일정 등록과 식당 예약 등이 가능한 ‘액셔너블 AI(Actionable AI)’ 서비스로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익시오는 LG유플러스와 같은 그룹사인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생성형 AI ‘엑사원’이 활용됐다.
SK와 LG처럼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용 AI 에이전트가 없는 KT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으로 이르면 2분기 말께 해당 모델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5 시리즈가 대표 'AI 에이전트' 스마트폰임을 강조한다. 삼성은 자체 AI 비서인 '빅스비(Bixby)'와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Gemini)'를 통합해 온디바이스와 클라우드 기반 AI 기능을 각각 지원한다.
이번 제미나이 합류로 자연어 이해 기술이 대폭 향상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제미나이를 호출한 뒤 "2025년 FC 바르셀로나 경기 일정 검색해서 캘린더에 저장해줘"라고 말하면 갤럭시S25가 알아서 정보를 찾은 뒤 자동으로 캘린더에 일정을 저장한다.
국내 기업들은 고도화된 AI 에이전트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곳은 가입자 이탈이 적고, 그만큼 신규 고객 유치에도 유리하다. 애플과 삼성이 아이폰, 앱스토어 등을 내세운 아이폰 생태계와 갤럭시 AI, 삼성 페이 등을 갖춘 삼성(갤럭시) 생태계에 집중하는 것도 이와 맞닿아있다.
뿐만 아니라 AI를 앞세운 구독 서비스 수익도 기대해볼만 하다. 앞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구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뉴 갤럭시 AI 구독클럽'을 올해 초 도입했다. 월 구독제로 스마트폰 가입 허들을 낮춤으로써 신규·교체 수요 효과를 예상해볼 수 있다.
통신사 역시 '똑똑한 AI'를 내세워 B2C 뿐 아니라 기업간 거래(B2B) 등에서 AI 기반 통신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텔레콤은 SK C&C와 공동 개발 중인 업무용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에이닷 비즈(A. Biz)’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중이다. 에이닷 비즈는 SK의 B2B AI 핵심 솔루션으로 사내·외 정보 검색과 회의록 작성, 일정관리 및 조율, 회의실 예약, IT 헬프데스크 등 일상 업무에서 자주 쓰는 기능을 제공한다.
전문 업무에 특화한 에이닷 비즈 ‘프로페셔널’의 경우 특정 이슈에 대한 기존 자료를 검토해 법률 자문을 제공(법무)하거나, 회사와 관련한 뉴스를 모니터링하고 정리(PR)하는 등 다양한 전문적 기능을 지원한다.
KT는 MWC25에서 B2B 겨냥 AI 에이전트 4종을 공개했다. 각 도메인 영역에 맞는 맞춤형 분석 결과와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통신시장 경쟁분석 에이전트, 기업이 보유한 GPU(그래픽처리장치)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는 GPU 할당 에이전트, 상담에 필요한 업무 지식을 추천하는 고객센터 상담사 지원 에이전트, 탄소 배출량 변화 원인 등을 분석하는 탄소 공시 에이전트가 주인공이다.
삼성의 경우 기업에 적용하는 AI 솔루션 사업을 삼성SDS에서 담당하고 있다. KB증권은 "(단말) 제조사들은 얼마나 AI 에이전트를 용이하게 사용하게끔 하는지가 단말기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통신사 선택 차별화 요인으로는 서비스 내 AI 에이전트 탑재 비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은 특히 AI 서비스를 가전 등에 접목하는 '홈 서비스'로도 확대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 LG전자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최근 LG AI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퓨론(FURON)을 더욱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으로 AI 기술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국내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개발 속도는 팽창하는 시장에 발 맞춰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GII)는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은 2024년 147억7000만 달러에서 2029년 608억3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