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판매장려금 등 담합" vs 업계 "단통법 준수 행위"
조 단위 과징금 철퇴 시 이통사, 행정소송 나설 듯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의 휴대폰 판매장려금 담합 의혹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론이 이르면 내달 나온다.
위법성 판단에 따라 조 단위 과징금이 예상되는만큼 이통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도한 제재가 나올 경우 이통사들의 재무 부담은 물론이거니와 미래 투자 위축과도 연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날과 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이통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의 판매 장려금 담합 의혹 사건(3개 이동통신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건)에 대한 전원회의를 연다. 전원회의는 법원의 1심에 해당하는 절차다.
전원회의에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제재 필요성 등을 설명하며 공정위원들은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다. 이후 공정위는 위원회 논의를 거쳐 위법성 판단 및 과징금 규모 등을 최종 의결한다.
공정위는 이통 3사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휴대전화 번호이동 시장에서 판매 장려금, 거래조건, 거래량 등을 담합한 것으로 의심한다.
구체적으로 통신3사가 장려금을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고, 가입자 점유율이 높아지면 장려금을 적게 주고 낮아지면 늘리는 방식으로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가 얻은 최대 이익이 조 단위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소비자가 휴대폰 구입 시 받는 지원금은 이통사의 공시지원금과 판매·대리점의 추가지원금으로 구분되는 데 이 때 추가지원금은 이통사가 판매·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으로 마련된다.
이에 대해 이통3사는 2014년 시행된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기반으로 한 방송통신위원회 법 집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방통위는 단통법에 근거해 이통사들의 번호이동, 장려금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서면 경고뿐 아니라 수십 차례의 제재를 통한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해왔다.
2020년에는 단통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통3사에게 총 512억원(SKT 223억원, KT 154억원, LG유플러스 13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는 가이드라인으로 판매 장려금 상한선을 30만원으로 제시했다. 공정위가 문제 삼고 있는 이통사 간 번호이동 실적 공유도 방통위의 제재 조치에 따라 도입했다.
따라서 5년 전에는 판매 장려금을 30만원 넘지 못하게(방통위) 하더니, 이제와 30만원이 담합(공정위)이라며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방통위 역시 '이통 3사의 행위는 담합행위가 아니다'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했다.
공정위가 담합 의혹 기간이 짧지 않다고 추산하는 만큼 과징금 규모는 수조원 대로 예상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바에 따르면 앞선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SK텔레콤 1조4091억~2조1960억원, KT 1조134억~1조6890억원, LG유플러스 9851억~1조6418억원이 부과 가능 금액으로 적시됐다. 최대 5조5268억원, 최소 3조4076억원이다.
물론 공정위가 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더라도 과징금 등 제재 수준은 담합으로 인한 경쟁제한 효과, 통신시장 상황, 부당이득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최대 액수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적시된 최소 금액만으로도 이미 3조원대로 지난해 통신3사 영업이익(3조4960억원)과 맞먹는 규모라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정도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통신시장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통사들이 신성장동력 발굴 일환으로 앞다퉈 AI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이같은 제재는 투자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국가 경쟁력 제고 및 글로벌 AI 생태계 구축과도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는 사업자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하고, 기업 활동 존속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AI 투자가 화두인 현 상황에서 공정위가 주장하는 역대급 과징금은 통신시장뿐 아니라 AI, 클라우드 등 ICT 산업 전체의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