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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에도 극장을 선택하는 이유, 배급사들이 말하는 생존 전략 [지금, 외화 명작 시대②]


입력 2025.03.01 08:39 수정 2025.03.01 08:39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해외 예술영화와 명작 재개봉이 극장가에서 강세를 보이며, 국내 영화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배급사들의 전략적 판단과 노력이 만든 결과다. 배급사들은 독립 예술영화와 명작 재개봉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과 배급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린나래미디어‧찬란‧엠엔엠인터내셔널은 예술영화들의 흥행을 위해 작품 선정부터 마케팅, 관객 소통까지 다양하게 고민한다. 이들은 예술영화와 재개봉작 흥행 요인과 전망을 내놨다.


◆ 그린나래미디어 유현택 대표 “해외 예술영화의 강세, 선순환 구조 기대”


그린나래미디어는 2012년 설립돼 '프란시스 하'(Frances Ha), '패터슨'(Paterson),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 on Fire), '레이니 데이 인 뉴욕(A Rainy Day in New York)', '추락의 해부'(Anatomy of a Fall), '프렌치 수프'(The Taste of Things) 등 해외 영화제 및 시상식에서 수상한 작품 뿐만 아니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예술영화들을 소개해 왔다. 올해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된 '에밀리아 페레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현택 대표는 작품 선정 기준에 대해 "여러 가지 요소들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고려하지만, 무엇보다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품을 보고 (회사) 내부에서 먼저 공감하고 설득될 수 있는 이야기일 때 우리가 이 작품을 자신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예술 다양성 영화들의 개봉비 예산이 적게 운용되고 있어서 마케팅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프렌치 수프’가 제한된 예산으로 대중적인 요소를 극대화한 작품 중 하나다. 유 대표는 "자칫 이 영화가 지루하거나 지나치게 고전적으로만 보일 수 있다는 선입견을 덜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작품이 갖고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이나 색채, 중후함을 유지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전략들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예술영화 시장은 유명 감독과 유명 배우가 흥행에서 중요했다면, 현재는 감독 배우들의 인지도가 흥행 필수조건이 아니다. 상업 영화처럼 흥행에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유 대표는 흥행을 예측하기는 어려워졌지만,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바라봤다.


유 대표는 "이런 흐름은 볼거리(콘텐츠)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막상 기대를 충족시켜 줄 만한 대형 영화들이 많지 않다는 데에서 비롯된 현상인 것 같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관객들은 OTT 플랫폼 시대를 경험했고, 상영권 인상의 시기를 겪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니즈도 다양해지고 안목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을 시기에, ‘인상된 티켓값’으로 선택해야 하는 영화에는 한결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라며 “재개봉 영화는 수적인 한계가 존재할 거라는 점에서 해외 예술영화와는 구분 지어 논의해 볼 필요가 있겠지만, 성공 사례들로 상영관들의 해외 예술영화들의 상영 의지가 확대되고 있다. 관객들이 이런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점차 늘어가면서 흥행 사례가 더 늘어가는 선순환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찬란 이지혜 대표 “때로는 불편하지만, 뾰족한 선택이 관객을 움직인다”


지난해와 올해 가장 존재감이 컸던 해외 예술영화라면 '존 오브 인터레스트'(The Zone of Interest)와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다. 두 작품은 수입 배급사 찬란이 국내 상영을 맡았다. 찬란은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 '미드소마'(Midsommar), '썸머 85'(Summer of 85), 등을 수입 배급하며, 국내 예술영화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찬란은 감각적인 마케팅과 트렌디한 기획력으로 독립 예술영화와 장르영화를 균형 있게 수입하는 배급사로 불리고 있다.


이지혜 대표는 "15년 가까이 꾸준히 해왔듯 우선순위는 예술영화에 있다. 완성도에 있어서 좋은 영화와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그리고 이에 더해 마케팅으로 엣지를 얹을 수 있다면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갖춘 작품을 가져오는 건 인디 디스트리뷰터(Indie Distributor)로서 치열한 경쟁과 고민이 수반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장르영화로 국내 시장에 맞는 호러영화를 항상 찾고 있다. 신선하고 아이디어 넘치는 작품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라고 전했다.


찬란은 예술영화의 매력을 젊은 관객층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존과 다른 홍보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찬란은 개봉작마다 관객들로부터 일명 '힙합다'라는 칭찬을 듣는다.


이 대표는 "같은 광고 같은 홍보 노출이라도 조금 더 흥미를 끌고 눈길을 사로잡을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많이 고민한다. 포스터나 예고편의 경우 가독성 위주의 무난한 버전을 선택하기보다는 디자인적인 완성도를 중요시하고 굿즈도 극장별 오리지널 굿즈부터 프리미어 상영, 콘셉트 상영, 개봉 이후 주차별(길게는 8~10주차) 증정까지 미리 기획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30대 관객들이 예술영화 및 명작 재개봉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해 "인터넷을 들어가면 쉽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와 예술영화를 보고 느끼는 차별화와 만족감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점점 더 개인화하고 파편화하는 젊은 세대들이 나만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것에 있어서 특별하고(예술영화) 검증된(명작 재개봉) 관람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찬란이 수입해서 개봉했던 영화들이 사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감성을 건드리기보다 낯설고 어렵고 때로는 불편한 작품들의 비중이 컸다. 그래서 '왜 나는 항상 어려운 선택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도 해왔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그런 모나고 튀고 또 때로는 충격적이고 과격한 작품들에 관객분들이 반응해 주신 것 같다.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대해 관객분들이 기대하는 것도 중간 정도의 평균이 아닌 어느 한 부분이라도 최상으로 집중하고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것을 보고 선택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찬란도 그 뾰족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 엠엔엠인터내셔널 임동영 대표 "코어 관객의 신뢰로 차별화된 배급 전략 구축"


엠엔엠인터내셔널은 작가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배급하는 전략을 펼치며, '스탈린이 죽었다!'(The Death of Stalin), '스파이의 아내'(Wife of a Spy), '큐어'(CURE), '운디네'(Undine), '어거스트 버진'(The August Virgin) 등을 국내에 소개했다.


극장 개봉뿐만 아니라 자체 OTT 플랫폼 ‘콜렉티오’를 운영해, 극장 개봉이 어려운 고전 및 미개봉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있다.


엠엔엠인터내셔널 임동영 대표는 "영화를 수입하면 가급적, 신속하게 개봉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무료 시사회나 티켓 프로모션을 지양해 마케팅 비용을 최적화해서 신중하게 사용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소셜 미디어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며 “회사의 필모그래피가 쌓이면서 코어 관객과의 신뢰감이 형성된 것 같다. 영화를 찾아주시는 관객들은 설령 영화가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응원을 해주고 계시다. 코어 관객층을 더 넓히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엠엔엠인터내셔널만의 독립적인 배급 전략을 소개했다.


임 대표는 극장 개봉뿐만 아니라 자체 OTT 플랫폼 콜렉티오를 운영해, 극장 개봉이 어려운 고전 및 미개봉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큐레이션하고 있다. 엠엔엠인터내셔널은 개봉 시기에 맞춰 감독의 대표작을 엮어 기획전을 진행하거나, 이슈가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특별 상영회를 기획하는 등 차별화된 배급 전략이 가능하다. 올해는 일반 극장에서 콜렉티오 작품을 선공개하는 연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극장과 OTT 플랫폼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임 대표는 ”예술영화, 작가영화를 보려는 관객 층은 킬링 타임이 아니라 그 영화를 정말 잘 이해하고 싶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극장에서 볼 것을 염두에 두고 찍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극장에서 보려고 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최근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신작 영화들과 걸작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극장에서 소개하고, 콜렉티오를 통해서는 클래식과 접하기 힘든 컨템포러리 영화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부가 영상들도 제작해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거듭나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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