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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아파트', 선명한 주제 의식 속 부담스러운 캐릭터 [볼 만해?]


입력 2025.02.25 15:52 수정 2025.02.25 15:52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독일의 치안이 좋은 이유를 '시간 많은 어르신들의 감시'로 설명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면, 영화 '백수아파트'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시간 많은 동네 오지라퍼'라는 명제를 내세운다.


동생 두온(이지훈 분)은 유별난 누나 거울(경수진 분)이 골치 아프다. 상황 가리지 않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 탓에 아들이나 누나가 언제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앞선다. 보다 못한 두온은 누나에게 카드를 쥐어주며 자신의 집에서 독립할 것을 권유한다.


거처를 찾다 거울의 집에 눈에 들어온 건 두온의 집에서 멀지 않은 백세아파트다. 부동산에서는 재건축 이슈로 거울의 이사를 말리지만 잠시 머물렀다 떠날 생각은 거울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사 첫 날, 새벽 4시 층간소음으로 잠에서 깨며 부동산에서 자신의 이사를 왜 말렸는지 알게된다. 곧이어 경찰들까지 출동해 층간소음으로 날카로워진 사람들을 말리기 시작한다.


층간소음의 원인은 6개월 동안 오리무중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사람들이 이사나가기 시작했으며 남아있는 주민들은 서로 견제하고 싸우기 바쁘다. 거울은 자신이 나설 때가 됐다고 직감한다. 거울은 주민들에게 꼭 범인을 찾아 푹 잘 수 있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층간소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엇일까? '백수아파트'는 그 해답을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무관심 속에서 찾는다.


이 영화는 '오지랖'이라는 단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보통 오지라퍼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백수아파트는 이를 공동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로 내세운다.


'백수아파트' 속 백세아파트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다. 층간소음이라는 작은 불편을 시작으로, 사람들은 점점 더 서로를 피하고, 경계하고, 의심한다. 그리고 무관심이 만연해질수록 공동체는 무너져 간다. 거울은 자신을 향한 시선이 부담스러울지라도, 자신이 위험해질지라도 결국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는 것을 안다.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직선적이고 명확하다. 그러나 9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오히려 길게 느껴진다. 범인을 찾는 과정이 더디게 전개되며 긴장감이 충분히 유지되지 못한다. 웃음 타율도 높지 않다.


무엇보다 주인공 거울(경수진 분)에 대한 호감도 역시 높지 않아 몰입이 어렵다. 거울이 아픈 사연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보다 타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한다. 그러나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행동이 공감을 방해하는 요소다.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바쁘다. 남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질 정도로 고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거울은 여유의 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계를 위협하는 행동도 스스럼 없이 한다.


이에 그의 정의로운 개입이 항상 타인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사회적 무관심을 비판하고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영화의 취지는 공감할 만하지만, 정작 거울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주인공을 통해 감동과 설득력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 26일 개봉. 러닝타임 98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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