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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 유쾌한 주지훈 뒤 숨은 고민 [D:인터뷰]


입력 2025.02.06 08:00 수정 2025.02.06 08:00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결국 사람의 생명 다루는 작품…극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건 늘 딜레마”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선 전장도 마다하지 않는 ‘열혈 의사’ 백강혁을 유쾌하게 그려낸 주지훈은 그 ‘이면’의 치열했던 고민에 대해 털어놨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 적절한 ‘선’을 찾으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토론을 거듭했다는 주지훈은 백강혁만큼이나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담아 글로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웹소설·웹툰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원작으로, ‘중증외상센터’ 특유의 만화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유쾌함이 호평의 이유였다. 주지훈 또한 ‘중증외상센터’의 이 같은 강점에 만족을 표하면서도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혀를 내둘렀다.


“‘궁’이 데뷔작이라 그런지 만화 원작 작품을 유독 많이 했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만화니까 가능한 샷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원근법도 웹툰에선 무시할 수 있다. 글로 설명을 해야 하니까 동어반복을 하기도 한다. 영상화됐을 때 생각보다 흐름이 깨질 때가 있다. 서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조율하는 게 필요한데, 그게 좀 힘들다. 정답이 없지만, 그럼에도 틀린 건 있다. 그 작업이 힘들었다. 제가 제작비라도 받았으면 ‘죽을 뻔했다’고 말하지 않을 텐데,저는 2, 3배 한 것 같다.”


공개 후에는 ‘중증외상센터’의 빠르고, 통쾌한 전개에 호평이 이어지지만 공개 전까지만 해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의료계 집단 파업 이후 처음 방송되는 의학 드라마로, ‘몰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그러나 주지훈은 누구나 어렵지 않게 보며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라며 ‘중증외상센터’만의 강점을 강조했다.


“저는 한국 의료계는 잘 모른다. 이 작품은 유쾌, 상쾌, 통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물론 가볍게 접근한 건 아니다. 의료진이 현장에 항상 계셨다. 다만 메디컬 드라마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진 않았다. 모든 종류의 부조리를 다룬다고 여겼다. 모든 직업, 세상 자체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뉴스를 보며 ‘저건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나. 우리 팀은 누군가의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며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했다. 원작 작가님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가볍고 유쾌한 전개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쉬운 몰입을 돕기 위해, 제작진을 비롯한 배우들은 오히려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했던 것. 특히 ‘중증외상센터’의 장르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드라마였던 만큼 최소한의 전문성을 갖추는 과정도 필요했다.


ⓒ넷플릭스

“이 작품은 결국 사람의 생명에 대해 다루는 작품이다. 수술 장면도 굉장히 많다. 처음 이야기할 땐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이야기한 부분이 수술 장면의 퀄리티다. 헬기에서 머리에 구멍을 내는 장면도 있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어렵겠나.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건데 우리 드라마에선 극적인 방식으로 표현이 된다. 이런 전개로 극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건 늘 딜레마다. 우리 드라마가 다큐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미친 듯이 고민한 이유다.”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중증외상센터’를 함께 완성한 주지훈은 이러한 과정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때로는 작품에 대한 소신을 거리낌 없이 밝히는 그를 향해 ‘까탈스럽다’는 평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지훈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무례한 것과 솔직한 건 다른데 나는 무례하지는 않다. 돌려 말하는 것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관계에선 예쁘게 말하는 게 좋고, 그러려고 노력한다. 다만 일을 할 때는 무례하지 않게 내 생각을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그러면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그런데 저는 일하면서 누군가 기분이 상할까 봐 조심하는 건 이해가 잘 안 된다. 회의할 땐 특히 그렇다. 감독 말이 다 맞으면 회의를 왜 하겠나. 회의장엔 계급장을 다 떼야한다고 여긴다. 백강혁 캐릭터와 솔직한 건 비슷하다.”


후배들 또한 솔직하게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 ‘중증외상센터’를 연출한 이도윤 감독은 시리즈가 처음인 반면 추영우, 하영 등 다수의 배우들은 영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주지훈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은 시리즈가 처음이시지 않나. 좋고 나쁜 건 없다. 다만 후배들은 영화를 해보지 않아서 대화가 필요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리딩이라는 개념은 연기를 하면 감독님이 수정 디렉팅을 하는 작업인데, 우리는 스터디를 하듯이 리딩을 했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잘해도 추영우는 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매일 저녁밥을 먹자고 하면 영우 입장에선 싫을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일은 해야 하니까 모일 필요는 있었다. 편하게 묻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아직 현장에서는 ‘감독님’하며 (맞추는) 분위기가 만연한데, 그런 벽이 작품의 완성도를 해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후배들도 좋아한 것 같다. 제가 좋아한 선배들이 그런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저도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었다. 저도 자연스럽게 앵글 안에서 뛰어놀게 되고, 후배들에게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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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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