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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정치적 메시지…이창용의 ‘오지랖’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5.01.20 07:00 수정 2025.01.20 07:0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연일 민감한 발언 쏟아내는 한은 총재

소신 발언 주목 속 정치에 과도한 노출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에 신중함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제 메시지를 정치적 메시지라 하는데 굉장히 경제적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해석하는 분 문제다.”


지난 1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중 한 대목이다. 평소에도 소신 발언으로 주목 받아온 이 총재는 이날도 작심한 듯 민감한 사안에 대한 사견을 쏟아냈다.


그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대신 구체적 규모까지 언급하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여야정 협의회를 정치 경제 분야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또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추진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엄호 발언을 두고는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한은 총재로선 이례적인 발언들이다.


그동안 이 총재가 교육·부동산·저출생 문제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발언들도 정치적 이슈에 경제 상황이 악화됨에 따른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1500원을 넘보며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환율은 정치적 리스크로 과도하게 오버슈팅 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로 정치적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됐지만 조기 대선 가시화로 인한 정치적 혼란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그간 이 총재의 ‘오지랖’은 한은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으나 주요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은은 이미 정치적 혼란에 과도하게 노출됐다. 계엄 직후 여의도에서는 이 총재의 대선 출마설과 국무총리설 등이 흘러 나왔고 이는 현재까지 유효하다.


최 권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과정에서 이 총재의 조언이 있었다는 단독 보도가 나간 뒤 야당에서는 최 대행과 이 총재를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물가 안정 간담회에 갔다가 정치 기사를 작성하는 것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우려마저 나온다.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 결정만 해도 버거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해서 시장은 적절한 운용을 통해 물가와 금융 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지만 금리 인하 타이밍에는 비판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도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았지만 지난 16일 금통위에서는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시기에 한은의 중립성마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염려스럽다. 이 총재가 정치 입문에 대한 뜻이 없다면 발언에 조금 더 신중해지는 것도 방법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창용은 정치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한은 총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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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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