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여객기, 활주로 접근 중 '조류 충돌' 경고 받아
5분 뒤 긴급 구조신호 보낸 뒤 그대로 동체착륙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당일 무안군에서 거대한 새 떼가 사고 여객기와 충돌한 걸로 추정되는 장면이 포착됐다.
SBS는 지난 4일 참사 당일 사고 여객기 주변의 모습을 분석한 CCTV영상을 보도했다. 매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5배 이상의 화질개선 작업 결과, 사고 여객기 주변으로 검은 구름 형태의 물체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영상에 따르면 여객기 진행 방향 앞으로 새 떼 한 무리가 흩어져 나왔다가 여객기가 지나간 자리에 더 길고 큰 구름 형태로 다시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새 떼는 여객기 동체 크기의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됐다.
황민구 법영상분석연구소 소장은SBS에 "자유 비행을 하면서 형태를 계속 바꿔가면서 날아다니는 게 보이기 때문에 새 떼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구름이나 연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보다도 더 큰 무리가 비행기하고 충돌하는 걸로 봤을 때, 수백 마리 이상이 비행기 쪽으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기석 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무안지회장도 뉴시스를 통해 "사고 당시 여객기가 촬영된 모습을 보면 비행 속도 등을 감안했을 때 최소 공항 도착 5㎞ 지점에서 양쪽 엔진 모두 조류가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행경로를 따라 가창오리떼 이동을 확인한 결과 사고가 발생한 오전 9시 3분 같은 시간대에 비슷한 사고 지점에서 1000여 마리의 가창오리떼가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무안군 거주자라는 A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고 당일에 본 새 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새 떼로 추정되는 검은 물체가 거대한 물결 모양을 그리며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수백마리 이상의 새가 길게 늘어져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용 한 마리가 떠있는 것 같다", "세 때가 비행기보다 더 크다", "내가 생각했던 새 떼랑은 차원이 다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앞서 사고기는 1차로 착륙을 위해 활주로에 접근하던 중 오전 8시 57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 경고'를 받았다. 이 경고는 대개 규모가 큰 새 떼나 덩치가 큰 새가 항공기 근처에서 포착됐을 때 내려진다.
이후 기장은 약 2분 뒤인 8시 59분 '메이데이'(항공기나 선박이 비상 상황에서 타전하는 구조요청)를 3번 외치며 조난 신호를 보낸 뒤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 착륙 도중 랜딩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외벽과 충돌,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객 179명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