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신년인사회…최태원 "경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재용‧최태원‧정의선‧구광모‧장인화‧김동관‧정기선 등 주요 기업인 참석
“덕담과 인사만 나누기엔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오늘 행사를 예정대로 열었습니다.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1962년 시작한 이래 60년 동안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열렸습니다.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가 멈춰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자리에서도 ‘경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3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2025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행사 개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매년 초 정‧재계 인사들이 모여 덕담을 나누며 새해의 각오를 공유하는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한때 연기 여부가 검토됐었다. 12‧3 계엄과 이어진 탄핵정국, 제주항공 무안국제공항 참사 등 혼란한 분위기를 감안해서다.
특히 4일까지가 무안참사 관련 국가애도기간으로, 참석자들이 위축된 상황에서 경제계 최대 규모 신년행사를 열기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인들은 ‘행사 강행’을 결정했다. 혼란한 상황일수록 경제인들이 중심을 잡고 국가 경제의 기둥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어떤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는 멈춰선 안된다”, “경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최태원 회장의 발언에는 이같은 각오가 담겼다.
이날은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호처간 첨예한 대립이 이뤄지는 동 혼란이 극심했지만, 경제인들은 위축되지 않고 대한상의 회관으로 집결했다.
최태원 회장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 회장, 김영섭 KT 대표이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신년인사회에 모두 참석해 ‘경제를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최 회장은 정부와 국회에 국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경제에 있어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고, 지금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된다면 그 여파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면서 “정부와 정치 지도자분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조속한 국정 안정화를 위해 힘을 더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경제계의 혁신 의지도 밝혔다. 그는 “저성장의 뉴노멀화라는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AI산업 패러다임 전환과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는 더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과거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다. 모든 것을 뜯어 고쳐 새롭게 바꾸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동‧규제 개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선 경제의 토양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경직적인 노동시장, 포지티브 규제 환경에선 혁신의 씨앗이 자라날 수 없다”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에 대한 대규모 지원과 함께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춘 유연하고 과감한 제도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계도 비상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회장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경영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함께 파괴적 혁신을 통해 미래 성장의 토대를 다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더 힘쓰고.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모습을 찾아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혁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신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민간 외교를 통한 국익 수호에도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말 우리나라에서 20년만에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면서 “APEC CEO 서밋(Summit) 등 경제인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대한민국 경제의 굳건함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험한 파도가 능숙한 항해사를 만든다”은 격언을 소개한 뒤 “우리는 숱한 고난과 위기를 넘어 여기까지 왔다. 올 한해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부 인사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문수 고용부 장관, 오영주 중기부 장관, 김병환 금융위원장,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으며, 정계 인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차규근 조국혁신당 정책위의장,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올해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신정부출범,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이 맞물리면서 경제인 여러분들의 우려 크다는 점 잘 알고 있다”면서 “어려운 대내외 여건 헤쳐 나가기 위해 정부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 대행은 “제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믿음으로 경제 파고 방파제가 돼 위협요인으로부터 기업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면서, 해야 할 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글로벌 산업전쟁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AI(인공지능), 바이오 등에 대한 국가 R&D 예산지원, 규제혁파 등 미래 신산업 육성에 범정부 역량을 집중하고, 반도체법, 전력망법 등 핵심 경제법안의 신속한 입법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또 “전례 없는 속도와 방식의 ‘민생 신속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조속한 경제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국가애도기간 중에 개최된 이번 행사는 참사자를 위한 묵념으로 시작해 엄숙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행사장 입구에서 검은색 근조 리본이 달린 명찰을 받아 달고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인사말 서두에 “다사다난했던 지난 해 끝자락에 우리는 큰 슬픔을 마주했다”면서 여객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했다. 소방관, 경찰관,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에도 감사를 전하는 한편, 경제계도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최상목 대행도 모두발언에 앞서 제주항공 무한공항 사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정부 차원에서 사고 수습과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민생, 도약, 성장, 희망, 혁신 등 11가지 새해 소망을 담은 등불을 밝히며, 올 한해를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매듭을 지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향한 마음과 의지만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푸른 뱀의 해인 올해 2025년, 뱀이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듯 대한민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