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융합연구로 비만치료제 식욕억제 기전 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 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로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최형진 교수를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하는 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최 교수가 대사질환과 심뇌혈관질환 치료제로 알려진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하 GLP-1) 식욕억제 기전을 규명해 비만과 대사 질환 개선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GLP-1은 식사 후 장(腸)에서 분비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다. 그동안 이 호르몬의 유사체인 GLP- 1 기반 치료제는 2005년 당뇨병 치료제로, 2014년에는 비만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GLP-1 기반 비만치료제들이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심혈관 질환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되며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 그러나 GLP-1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작용하여 식욕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에 최 교수는 최근 뇌과학과 내분비학 융합연구를 통해 GLP-1이 뇌의 시상하부에 작용해 음식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포만감을 유발하고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하며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뇌의 한 부위다.
최 교수 연구팀은 사람 뇌 조직에서 GLP-1 수용체(GLP-1 receptor, GLP-1R)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시상하부 신경핵에서 높은 발현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신경과학 기술인 광유전학을 활용한 쥐 실험을 통해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즉각적인 식사 중단을 유도하고, 반대로 억제 시 식사가 지속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GLP-1 식욕억제제 뇌작용 기전을 명확히 규명한 중요한 과학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연구는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의료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형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욕이 뇌에서 어떻게 조절되고, GLP-1 식욕억제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뇌과학 도구를 활용해 규명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라며 “앞으로 현대인들의 대사질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식욕억제제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