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정 러쉬코리아 에틱스 디렉터
브랜드 론칭부터 ‘동물·환경·사람’ 가치 최우선으로
“별도 홍보, 프로모션 대신 제품에 집중”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고 ESG의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러쉬는 자연주의, 친환경. 환경, 동물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천해왔습니다.”
포장이 없는 고체 형태의 네이키드(Naked) 제품, 천연 원료, 비건 등의 키워드로 알려진 러쉬는 1995년 영국의 작은 해안 마을에서 탄생했다.
특별한 광고나 프로모션 없이도 제품과 브랜드 가치에 승부를 걸어 현재 50여개국에 90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2년 진출해 현재 75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러쉬는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착한소비 개념을 내재화했다. 이에 대한 역사가 오래된 만큼 최근 ESG와 지속가능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러쉬의 브랜드 가치를 벤치마킹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러쉬코리아에 합류한 지 13년차가 된 박원정 에틱스 디렉터(이사)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 “러쉬 본연의 가치를 보존하고 안팎에 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러쉬를 창립한 초기 6인은 모두 시민활동가로서 환경을 구성하는 ‘동물·환경·사람’의 가치를 핵심 이념으로 삼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네이키드 제품과 비건 원료, 지속가능성에 투자하는 다양한 캠페인 등도 모두 여기에서 출발했다.
박 이사는 “러쉬는 브랜드 초기부터 동물·환경·사람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면서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리가 진행했던 다양한 캠페인에 대해 문의가 많다. 다양한 포럼 등에서 강연 요청도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부분은 내부 조직 구성원들에게 ESG 개념을 내재화하는 것과 ESG 실천과 동시에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러쉬코리아의 경우 내부 교육팀을 별도로 두고 조직 리더를 포함한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에 나서고 있다.
러쉬도 기업인 만큼 수익성 측면도 항상 고민이 되는 부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량 매입과 다양한 프로모션이 가져다주는 물질적 보상이 크지만 브랜드 가치를 최우선하는 경영 이념으로 일부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러쉬 글로벌 본사가 있는 영국에는 30명 내외의 원재료 구매팀이 있는데 이들은 전 세계를 돌며 희귀 원재료를 찾아다닌다.
단순히 성분이나 효능을 좇는 것이 아니라 동물·환경·사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원재료를 찾는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의 구매팀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경제적 논리로 팜 농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면서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있는 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을 찾아 해당 지역의 토지를 구입하고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원주민들을 지원하는 식이다.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재료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이 수익금으로 다시 지원해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박 이사는 “별도 홍보나 프로모션을 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제품 만이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기획단계부터 원료, 판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이념을 모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로 17년간 1억 파운드(약 17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달성한 러쉬기빙 시즌1 캠페인이 마무리된 만큼 내년을 위한 캠페인 구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는 해양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캠페인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비건 대표 브랜드로서 비건 뷰티 시장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화장품법 개정 이후 동물 시험이 금지되면서 사실상 모든 화장품이 비건인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클린뷰티, 비건뷰티를 이끌어 온 만큼 앞으로도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