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월 기준 사법부 임용 중인 법관 3206명…판사 정원법상 법관 정원 3214명으로 제한
대법원, 현 상황 계속되면 법관 수급 되지 않을 것 우려…신임 법관 미공급시 재판부 폐쇄 가능성
사건 급증에도 법관 수 10년째 그대로…법조계 "업무 과부하 시달리는 사법부, 국민 신뢰 잃을 것"
헌법 규정된 '신속 재판' 기본권 잃어 가는 추세…판사정원법 개정 통해 국민 불신 극복해야
판사의 법정 정원과 현재 인원수의 차이가 지난 1990년대 이후 최소인 8명을 기록했다. 재직 중인 판사들이 퇴직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신규 인원을 뽑을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데, 이대로 간다면 사법부의 과부하와 나아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사법부가 임용 중인 법관은 총 3206명이다. 법관은 '각급 법원 판사 정원법'에 따라 정해진 숫자 이내로만 임용할 수 있는데 현행법상 정원은 3214명이다. 정원의 99.75%가 찬 것이다. 대법원은 현 상황이 계속되면 법관 수급이 제때 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더는 빈 자리가 없기 때문에 퇴직하는 인원만큼만 판사를 뽑을 수 있다. 법원 내부적으로는 각종 처우 개선 등으로 내년 퇴직 법관 수가 평균(73명)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신임 법관이 공급되지 않으면 당장 법원별 합의부 구성에 문제가 생겨 일부 재판부는 폐쇄될 수 있다. 들이 연차가 쌓이면 경향 교류 원칙 등에 따라 각 지역으로 발령을 내야 하는데 직전 기수와 인원수가 수십명씩 차이가 나면 원칙에 따른 인사도 어려울 것이라는분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내년 법관들의 인사를 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사법부는 더욱 큰 업무 과부하에 시달릴 것이고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법관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 부족과 재판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판사정원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2020년 기준 전체 사건 수는 10년 전에 비해 7.4% 증가했지만, 법관 수는 10년 전 법 개정을 통해 정한 3214명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후속 절차를 밟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지난 8일 대표로 발의한 판사정원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2029년까지 순차적으로 정원을 늘려 총 3584명으로 증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판사 증원이 재판 지연에 대한 무조건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법관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 법관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사건의 수는 독일의 4.8배, 일본의 약 2.8배, 프랑스의 약 2.2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민의 기본권이 갈수록 침해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판사정원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조속한 판사정원법 개정을 통해 사법부를 향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