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환율 16년來 '최고치'
"비우호적 시장 상황에 기름 부어"
연말까지 1500원선 가능성 커져
금융당국 시장안정 조치에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1400원대를 등락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가뜩이나 높아진 환율에 부채질을 한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안정화를 위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연말 1500원선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금융사들로서는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에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10.1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7.2원 올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환율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새벽에는 1446.5원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2009년 3월 15일 1488.0원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비상계엄 악재'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실물 경기와 낮은 성장률로 내년 전망도 비우호적인 상황이었는데 비상계엄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에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5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이어 "역외 원달러환율이 1417원까지 안착된 상황으로 볼 때 당분간 환율은 상승곡선을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되면 금융시스템은 물론 금융기관 유동성 및 건전성 관리에 적지 않은 부담을 끼친다.
더군다나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다.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과 맞물릴 경우 금융시장 간의 변동성이 더욱 커진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 급등세로 금융기관은 유동성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면서도 "정책당국은 일시적 유동성 악화가 위기 상황까지 확산되지 않도록 한시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당분간 주식·채권·단기자금·외화자금시장이 완전히 정상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기로 했다"며 "범정부 합동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해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필요시 시장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신속히 단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전일 새벽 긴급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불안요인에 대해 필요한 시장 안정 조치가 즉각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들도 긴급회의를 열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은 전일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리스크 점검에 나섰다. 이들은 일제히 외화 유동성을 점검하고, 시장 불확실성에 적시 대응을 당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비상계엄이 해제됐지만 모든 금융 상황이 계엄 선포 전처럼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라며 "금융당국의 지침 따라 은행들도 발맞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당분간 이러한 상황들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