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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보편관세-노조 단협…미국서 위기 맞은 제네시스


입력 2024.11.18 12:14 수정 2024.11.18 12:1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최대 20% 보편관세 공약…한국산 수출물량이 대부분인 제네시스 '직격탄'

미국 현지 생산 전환은 국내 노조 반대시 불가…진퇴양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하이브리드 모델 생산 등 대안 모색

GV70. ⓒ제네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한 각종 무역규제 및 보조금 철폐 정책으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현대자동차는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전략을 전면적으로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당선인의 후보 시절 공약대로 모든 해외 국가에 대해 최대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제네시스는 현재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을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거나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 각각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미국 전체 판매물량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생산된 차종을 수출한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은 싼타페, 투싼, 싼타크루즈를, 기아 조지아공장은 K5, 쏘렌토, 텔루라이드, 스포티지를 생산해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에 판매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현대차), EV9(기아) 등 전기차 모델도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차종들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87만여대였으며, 그 중 49만대가량이 한국산이었다. 기아 역시 지난해 78만여대의 미국 판매량 중 37만여대를 한국에서 가져다 팔았다.


이런 비중은 올해 10월까지 두 회사의 미국 판매실적을 봐도 비슷하게 유지됐다. 현대차는 전체 74만여대 중 45만여대를, 기아는 전체 65만여대 중 31만여대를 한국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미국 시장에 대응했다.


미국이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는 현지 생산 차종을 제외한 모든 차종에 그만큼의 핸디캡을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미국 시장에서의 고급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6만9175대가 팔렸고, 올해 10월까지 판매량은 5만8839대였다. G70, G80, G90 등 세단 위주의 라인업 구성이었을 때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GV70, GV80 등 SUV 모델들이 합류하며 미국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절대적인 판매 대수보다도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가 세계 주요 시장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GV70 전동화 모델을 제외하고는 전량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된다.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대상인 것이다. 제네시스는 가격이 높은 만큼 관세도 많이 붙고, 그만큼 미국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도 커진다. 현재의 구조로는 미국 시장 대응이 힘들어짐을 의미한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제네시스 차종의 일부 생산을 미국 현지 공장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전기차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램프업(대량생산 돌입 전 생산량을 끌어올리는 기간)이 완료되면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 만큼 현지 생산 차종을 확대할 여력은 충분하다.


메타플랜트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지만, 현대차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정체) 등의 상황을 감안해 하이브리드 등 다른 파워트레인 차종도 생산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제네시스는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곧바로 전환한다는 전략을 바꿔 하이브리드 모델 투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의 생산 이관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해외 생산체제까지 간섭하는 국내 노조의 존재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는 ‘해외공장으로의 차종 이관 및 국내 생산 중인 동일 차종의 해외공장 생산계획 확정시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국내 노조와의 합의가 없으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제네시스 수출물량을 미국 앨라배마공장으로 이관하는 것은 물론, 일부 물량을 나누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극단적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해외 생산전략까지 국내 생산직 근로자들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낡은 단협 조항이 제네시스 브랜드의 운명을 뒤흔들게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에게 제네시스 브랜드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상징성이 큰 만큼 보편관세가 도입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판매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며 “일단 벤츠나 BMW 같은 다른 해외 고급차 브랜드도 자국 생산물량에 대해서는 똑같이 관세를 적용받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앨라배마공장이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제네시스 모델을 생산하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방식일 것”이라며 “노조와의 단협 문제는 현대차가 제네시스에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현지 생산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한정하는 식으로 협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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