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고용노동부,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 1200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혀
높은 이용료로 인한 이용자 부담 완화책 여전히 난항…본사업 전까지 논의 계속 이어질 듯
전문가 "유일한 방법이 국가 차원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에 보조금 지급하는 것"
"계층 편향성 띠는 정책 위해 국가적 지원 방안 고려? 옳지 않아…보편적 돌봄 인프라 보완 더 시급"
정부가 외국인 가사관리사 대상 국가를 기존 필리핀에서 캄보디아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내년 본사업 추진을 앞두고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를 최대 1200명까지 늘릴 계획인 만큼 대상 국가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가사관리사 송출국가를 다양화 함으로써 '경쟁체제'를 구축해 각 국가에서도 우수한 인력을 내보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면서 이용자가 떠안게 된 높은 이용료는 본사업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가사관리사 인력송출국이 다양화되더라도 현재의 인건비 체계가 지속된다면 사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며 보조금 지원 등 국가적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계층 편향성을 띠는 정책을 위해 국가적 지원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편적 돌봄 인프라의 보안이 더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5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양 기관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송출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맞벌이나 한부모, 다자녀 가정의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도와줄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는 제도이다.
내국인 가사 근로자가 줄어들고 비용 부담이 커지자 두 기관은 지난 9월 100명의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국내 가정에 투입하는 등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내년 본사업을 앞두고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규모를 1200명까지 늘리겠다며 대상 국가 다변화 계획을 밝힌 것이다.
두 기관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 수준에 대해서는 '최저 임금 수준'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이용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용 업체에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용료를 완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보고 있다"고 밝혔고, 고용부는 "이용료를 낮춰 이용자들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시범 사업에 대한 평가를 우선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지만 국제 협정이나 국내·외 인권재단 등에서 많은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게 되면 가사관리사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더 주는 다른 일자리로 이탈하면서 불법 체류자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그래서 오직 남은 방법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이용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 문제를 떠나 돌봄과 가사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 인프라를 보완하는 것이 먼저라는 목소리도 높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임금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정책을 두고 많은 정치인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임금보다 낮추는 특별법을 만들자고 하는데 굉장히 비현실적인 탁상공론"이라며 "임금이 높다고 주장하는 건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절하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시장만 보더라도 같은 시간 동안 일하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보다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의 가치는 낮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단기적 효과만 고려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한다면 향후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돌봄과 가사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기조 속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외국인과 내국인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수정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이용자가 주로 이용한다. 계층 편향성을 띠는 정책을 위해 국가적 지원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접근"이라고 잘라 말하고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굳이 활용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돌봄에 대한 공적 지원과 책임, 인프라를 보완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