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뒷담화 논란' 돌파 시도 역풍
개딸, '명팔이 척결' 鄭에 야유 세례
鄭, 처음으로 '순위권 밖' 성적표
정견발표 내내 당원들 비난 계속돼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역 경선 시작을 1시간여 앞둔 장충체육관 정문 쪽 게이트, 꽹과리 소리와 함께 "기호 4번 민형배"를 외치는 이들이 장충체육관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가장 먼저 맞이했다. 민형배 최고위원 후보에 대한 응원을 압도하는 "김병주" "강선우"란 외침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이언주 후보의 응원 인파들도 한바탕 춤사위를 뽐내며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야말로 파란 옷을 입고 모여든 이들의 축제의 장이였다. 다만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의 응원 피켓과 현수막 등 정 후보를 응원하는 그 어떤 것들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무한궤도의 '그대에게'가 울려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입구 쪽에 밀집한 응원 인파를 뚫고 대회장으로 들어왔다. 대회장에 가까워질수록 '최고 수석 김민석' '수석 최고'라는 외침이 더욱 빈번하게 들렸다.
17일 오후 민주당은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합동연설회를 열고 서울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투표를 진행했다.
당 추산 장내·외 총 2500명쯤이 운집한 가운데, 지도부와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즉각 철회와 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피켓팅으로 본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들은 현장에 모인 당원들과 함께 "친일 매국 역사능멸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거부중독 대통령 국민이 심판한다"라고 외쳤다.
서울 지역 합동 연설회는 정봉주 후보가 '이재명팔이 척결'을 공언,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은 뒤 열린 첫 지역 경선 일정이자 17곳 순회 경선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정 후보의 발언에 반발하듯 '명팔이'란 이름의 명찰을 목에 건 유튜버가 대회장 안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도 포착이 가능했다.
김지수 당대표 후보의 연설 도중 "여러분 더불어민주당의 주인이 누구냐"란 질문이 나오자, 큰 호응과 함께 "개딸(개혁의딸)도 당원이다!"란 화답이 나오기도 했다.
'명팔이 척결' 발언으로 강성 당원들의 타깃이 된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연설의 마지막 순서에 배정됐다.
정 후보는 무대에 올라 "나는 혼자 왔다"면서 "진짜 싸움꾼은 앞장서 싸울 때 혼자 싸운다"고 정견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정 후보는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당원들로부터 욕설과 야유 폭격을 받았다. 격렬한 항의 때문에 정 후보는 바로 입을 떼지 못했고 10초가 넘는 일시적인 정적이 흐른 뒤 발언이 시작되기도 했다.
앞서 당대표 후보 정견발표를 했던 김두관 후보의 경우만 해도, 연설 중반부까지는 강성 당원들이 박수를 이어가며 경청모드를 보여준 바 있었다. 그러다 이후 김 후보가 개혁의딸과의 결별을 요구한 뒤부터 격렬한 항의가 빗발쳤는데, 정 후보의 연설은 김 후보의 순서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기류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 후보의 연설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관중석에서 비난 목소리가 대거 쏟아졌고 "그만해라" "물러가라" "사퇴하라"는 목소리들이 정 후보의 연설과 뒤섞였다.
나중에는 야유와 고성과 연설소리가 뒤엉켜 관중석에서 뭐라고 하는지 소리를 판별하기 불가능할 정도였다. 관중석에선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야유를 하고, 엑스 표시를 직접적으로 하거나, 삿대질을 하는 모습도 쉽게 포착됐다. 스케치북에 무언가 써서 정봉주 후보를 향해 펼쳐보인 이들도 눈에 띄었다.
싸늘한 현장 민심이 말해주듯 정 후보의 서울 지역 경선 온라인 권리당원 투표 결과는 처음으로 '당선권 밖 순위'란 성적표로 돌아왔다. '명팔이' 발언으로 친명 지지자들의 반발을 산 탓에 서울 경선 최고위원 득표율은 8.61%를 기록했다. 반면 권리당원들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서울 경선 지지율은 92.43%였다.
정 후보는 지난 주말 열린 대전·세종 지역 경선까지만 해도 이재명 당대표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김민석 후보와 2강을 형성했었으나, 이날 부로 누적 득표율은 14.17%로 3위까지 밀려났다.
이날 정 후보는 "분열은 필패"라 강조하며 "정봉주를 이 자리에 세워준 당원 여러분의 뜻은 무엇이냐. 적당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민주당에 대한 충정으로 이재명에 대한 애정으로 윤석열 탄핵의 결기로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으로 활활 타오르겠다"다고 외쳤지만, 이 같은 외침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 후보는 전당대회 레이스 중 불거진 '이재명 뒷담화' 논란에 대한 수습을 위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진의가 과장됐다"는 해명을 하면서 돌연 '명팔이들'로 타깃을 돌렸는데, 되레 강성당원들의 격분을 산 바 있다.
정 후보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석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충정과 이재명 후보에 대한 애정"이라고 했지만 이것 역시 강성당원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다.
이날 정 후보의 정견 발표가 있던 5분 내내 관중석에서는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다만 사실상 연임을 확정한 이재명 후보는 서울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정 후보의 이른바 '뒷담화 논란'에 대해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이 하나로 잘 합쳐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 후보가 최근 최고위원 선거에 (김민석 후보를 미는) 명심이 개입해 불만을 표출했다'는 논란에 대한 질문에 "경쟁을 하다보면 오해도 발생하고 섭섭한 마음도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후보 발언 도중 지지자들의 야유가 쏟아진 것에 대해서는 "경쟁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이날 후보들의 연설이 모두 끝나고 개표 집계가 되는 상황에서도 "정봉주 아웃" "정봉주 사퇴하라"라는 항의의 목소리는 계속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