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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배달기사는 근로자 아니라는 대한민국 사법부 [디케의 눈물 265]


입력 2024.08.07 05:01 수정 2024.08.07 05:01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배달라이더, 플랫폼 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 받자 소송…법원 "부당해고 아니다"

법조계 "근로자, 한 사업체 종속돼 상시로 노무 제공해야…배달라이더 '전속성' 없어"

"최근 플랫폼 종사자 법적보호 필요성 대두돼 대법서 '타다' 운전기사, 노동자로 판시"

"法 지나치게 좁게 해석…고용 형태의 시대적 변화에 맞춰 적극적으로 근로자성 인정해야"

ⓒ게티이미지뱅크

배달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당 해고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배달기사는 한 사업체에 상시로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전속성'이 없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만큼 현행법 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법원이 전통적 모델의 노무 제공 형태만을 따져서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다며 고용 형태의 시대적 변화에 맞춰 폭넓고 적극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정현석)는 지난달 12일 배달기사 A씨 등이 배달 플랫폼 업체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2021년 플랫폼 업체와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배달기사로 일했다. 그해 12월 업체로부터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A씨는 "업무위탁 계약이 근로계약은 아니지만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업체에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맞다"며 "부당 해고를 당했다"고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부당해고 대상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에 대한 판단 여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배달기사의 경우 '전속성'이 인정되지 않아 근로자로 보기 힘들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라이더가 어떤 배달 주문을 수행할지 어떤 경로를 이용할지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해 회사가 라이더 A씨를 지휘·감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라이더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근로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한 사업체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의미의 '전속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배달기사의 경우 한 곳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여러 업체로부터 '콜'을 받고 배달을 하기에 근로자의 전속성 개념이 인정되지 않아서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면서 "최근 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대법원도 최근 '타다' 운전기사를 노동자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는 만큼 이 판결도 상급심에서 달라질 여지는 있다"며 "이번 판결로 배달기사의 최저임금 보장과 재해 위험으로부터 보호 등 법적·제도적 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노동계의 요구가 확산될 수 있고 노동자성에 대한 개념도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는 인식 또한 부상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노동법 전문 박성우 노무사는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실직적인 지휘 및 감독 여부인데 배달라이더의 경우 배달을 하면서 소속된 업체의 애플리케이션 알고리즘을 통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배달하라는 지휘를 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아니라 도급 계약에 따른 일종의 협조 관계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조금 더 포괄적으로 모든 근로자를 보호하는 판단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법원은 전통적 모델의 노무 제공 형태만 따져서 좁은 해석을 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적 추세와 비교해서 봐도 우리 법은 지나치게 좁은 해석을 하고 있다. 고용 형태의 시대적 변화에 맞게 폭넓고 적극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예진 변호사(아리아 법률사무소)는 "법원에서 지금까지 판단해왔던 판례와 법리에 맞춰 충실하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현행법 상 근로자는 상시 근로를 제공하고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배달라이더는 이러한 근로자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모든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 해고와 고용이 유연하지 못해 오히려 노동시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그러면서도 "다양한 유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계속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책 마련은 필요하다.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규정된 것처럼 플랫폼 종사자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실효성 있는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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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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