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전날 이철우 예방 이어 홍준표 면담
洪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 맡을 때 됐다"
한동훈 겨냥 "이상한 애 뽑으면 진영 참패"
元 "이것이 당심이자 민심…구심점 세울 것"
"우리 선배님은 국회의원 하시고 당대표도 하시고 대통령선거 후보로도 나가셨고, 지금 단체장도 하시고 그래서 이번에 당대표 선거 코치 받으러 왔다."
"원 장관이 나와 줘서 참 고마워. 진짜 고마워.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당대표 선배'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의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원 전 장관은 7·2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두고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경쟁 관계를, 홍 시장은 한 전 위원장과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서로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한동훈 대세론'을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원 전 장관과 홍 시장은 26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만났다. 홍 시장은 원 전 장관을 '포옹'하며 환영했고, 원 전 장관은 "업어드리려고 했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홍 시장은 "(이번 전당대회에) 원 장관이 나와줘서 고맙다. 진짜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는 "원 장관 같은 사람이 당을 맡을 때가 됐다. 당원들이 좀 알아줬으면 한다"며 "당대표는 당을 오래 지킨 사람, 당을 아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 정치 경력도 있고 야당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이번 전당대회가 잘못되면 윤석열 정권에는 파탄이 올 것"이라며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레임덕으로 몰려가고 있는데 당내에서도 '이상한 애'를 뽑아놓으면 윤석열 정부는 발붙일 데가 없다. 보수진영 전체가 참패하고 가라앉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정치권에 본격 발을 들였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참패한 데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홍 시장은 "정당사에 총선 참패하고 물러난 사람이 다시 등판한 전례가 없다.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라며 "당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러겠느냐. 난 이해가 안 된다"고 직격했다.
그는 한 전 위원장의 만남 요청을 거부한 것도 언급했다. 홍 시장은 "25일에 (한 전 위원장이) 만나러 오겠다는 걸 거절했다. 여러 사람 시켜서 전화 왔더라"라며 "와도 안 만난다. 27일에 온다고 하기에 안 만난다 했다.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홍 시장은 이날 원 전 장관과 회동하면서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당권주자를 다 만난 것이 됐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21일,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에 홍 시장을 예방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위원장은 "본인이 만나기 싫다고 하니 뵙지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원 전 장관은 "우리 당원들은 분열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당하고 손도 못 써보고 정권을 통째로 내줬던 그 상처, 그에 대한 불안이 아주 크다"며 "그 때 정말 아무도 당을 지키지 않을 때 (홍 시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가셔서 정말 고군분투하셨다"라고 홍 시장을 치켜세웠다.
홍 시장과 면담을 마친 원 전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것이 진정한 당심이고 민심"이라며 "민심과 당심이 모인 국민의힘 집권여당으로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단결력과, 국정 추진력을 담을 수 있는 당의 구심점을 세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오후엔 달서을·달서병 당원협의회와 연달아 간담회를 열고, 전체 당원의 40%를 차지하는 TK(대구·경북) 표심에 구애했다. 27일에는 박형준 부산광역시장과 면담하고 경남 창원마산합포, 부산 사하을 당협을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