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처리된 정부 책임자 이름 공개…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비공개
송기호 "주한미국대사가 금융위 압박한 내용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
"법무부, 이 사건에 항소하지 말고 신속하게 공개해야"
법원이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국제투자분쟁 해결 절차(ISDS) 사건 판정문의 비공개된 내용 중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이날 송기호 변호사가 "론스타 판결문 원문을 공개하라"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1심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정문에 비공개 처리된 정부 책임자 이름을 공개하되, 하나금융지주 관계자 관련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나 "2008년 론스타 사건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했는데,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금융위원회를 압박한 내용이 (판정문에) 있다"며 "그 부분을 지워버렸는데, 오늘 그 부분을 공개하라고 법원이 명령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말라고 판단한 데 대해선 "그 부분이 공개돼야 구상권 청구 등 그 이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그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게 한 건 정보공개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법무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항소하지 말고 신속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론스타는 지난 2012년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950만달러(약 6조1000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ISDS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1조3834억원에 사들인 뒤 여러 회사와 매각 협상을 벌이다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중재 판정부는 10년만인 2022년 8월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천650만달러(약 2800억원·환율 1,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고, 법무부는 그 다음달인 9월 외교상 기밀 등을 이유로 사건 관련자 이름 등을 가린 판정문을 공개한 바 있다.
송 변호사는 판정문에 비공개 처리된 관련 책임자와 하나금융지주 관계자의 이름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