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명운 걸린 '인천 계양을' 선거…오차범위 내 경합
관전포인트는 '표차'…李 적은 표차 승리 체면 구길 듯
元 낙선하더라도 근소 표차면 보수 잠룡 경쟁력 증명
4·10 총선 당일, 유권자의 관심을 모으는 선거구는 단연 '인천 계양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계양을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이자 이 지역 현역인 이재명 후보와 현 정권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의 대결로 '명룡대전'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은 대표적인 '잠룡 대결' 지역이다. 두 사람 중 누가 계양을에 깃발을 꽂느냐에 따라 차기 정치 지형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본투표를 하루 앞둔 9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의 분석을 종합하면, 계양을 판세는 이재명 후보에게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5선을 지낸 뒤 이 대표에게 물려준 민주당의 전통 텃밭이라는 점이 작용했다.
다만 그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원희룡 후보의 오차범위 내 추격전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이 후보가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실제 가장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금지 기간 전인 지난 2~3일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49.2%, 원 후보는 44.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론의 주목도도 점차 팽팽해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구글트렌드의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그래프에 따르면,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3월 28일부터 이날까지 이 후보가 원 후보보단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 후보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전국 선거를 지휘하고 있어 언론 노출이 상대적으로 원 후보보다 많다는 것이 반영된 걸로 풀이된다.
다만 원 후보의 관심도가 선거 직전인 이날 급상승하면서, 이 후보와 원 후보 간 관심도 변화 그래프는 골든크로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원 후보 지원을 위해 이 후보의 '삼겹살 인증샷' 논란 식당을 방문했다는 언론 보도들이 이어진 영향으로도 보인다.
이처럼 주목도가 높은 계양을 선거에 두 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양을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당선 여부 그리고 '표차'다. 이 후보가 큰 표차로 승리한다면 민심을 재확인하며 당권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 지위도 사실상 예약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적은 표차로 승리하면 텃밭에서의 체면을 구기게 된다. 물론 원 후보에게 패하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이 불가피하다.
원 후보가 이 후보를 상대로 승리한다면 단숨에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될 전망이다. 낙선하더라도 근소한 차이로 패하면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키울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국민의힘의 '험지'에 출마해 야권 유력 주자인 이 후보와 맞선 것만으로도 경쟁력을 충분히 증명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계양을 판세에 대해 "이 후보가 질 수가 없는 선거"라며 "정권 심판론에 불이 붙은 상태이고, 워낙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이기 때문에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초반에는 계양을에서 많이 어려웠는데, 원 후보의 개인기가 상당해서 많이 따라붙었다고 본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계양이 대한민국입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지역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고 △계양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 추진 △계양IC~장수IC 구간 지하화 추진 △초·중·고등학교 교육환경 개선사업 추진 △계양구 노후하수관로 정비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원 후보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험으로 진짜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각종 사업에 대한 추진력을 부각하고 있다. 그는 △서울지하철 2호선 계양신도시, 서운, 작전 연결 △계양-장수 지하고속도로 건설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으로 계산역·임학역 역세권 통합개발 추진 △국내 최초 '사교육비 경감 시범지구' 추진 등을 약속했다.
두 후보는 모두 지역 민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마무리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자신의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등 혐의 재판을 마친 뒤,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당 차원의 마지막 유세에 참석했다. 이후 계양을로 이동해 지역 주민들을 만났다.
원 후보는 이날 인천 계양구 작전동 까치말사거리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저녁까지 거리 인사를 한 뒤 캠프 단결 모임으로 선거 운동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