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당 김영주, 채현일 맞서 영등포갑 전략공천 가능성
영등포을은 경선 포기 박민식에 '김민석 vs 박용찬' 유력
서울 영등포가 4·10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4선 중진 김영주 부의장은 자신의 지역구 '영등포갑'에서 정당 간판만 바꿔 '국민의힘' 후보로 뛸 가능성이 높다. 이와 맞물려 '영등포을'에선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경선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구로 선회하면서 총선 판세가 요동치는 중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기존 험지로 여겨졌던 영등포 지역구 두 곳의 공천을 확정하지 못하고 지역구를 비워둔 상태다. 민주당에선 이미 영등포갑에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을, 영등포을에 현역 김민석 의원의 공천을 확정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주 부의장의 3연승(19~21대)으로 '야세'가 강한 것으로 평가받던 영등포갑에선 민주당 후보(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와 민주당 출신 후보(김영주 부의장)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영등포을에선 21대 총선에서 맞붙었던 김민석 의원과 박용찬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의 '리턴매치'가 재현될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김영주 부의장이 이날 공식 입당함으로써 '영등포갑' 출격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김 부의장은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한 자리에서 입당 제안을 받았고, 전날 수락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동훈 위원장은 입당식에서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이 모여야 더 강해지고 더 유능해지고 더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정당"이라며 "김 부의장이 함께하게 됐기에 우리가 더 강해지고 유능해지고 국민에게 더 봉사할 수 있는 정당이 됐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영주와 함께 국민을 위한 길로 가겠다"고 역설했다.
앞서 김 부의장은 민주당의 친명(친이재명) 중심 민주당 공천 작업과 자신이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속한 것에 대해 비판하며 탈당했다. 이날도 김 부의장은 "(정치인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도구로 쓰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여태껏 나를 뽑아준 영등포 구민과 나 4선까지 만든 대한민국을 위해 일했듯 앞으로도 생활 정치와 주변 발전을 위해 내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출마 의지를 밝혔다.
김 부의장은 입당식을 후 취재진을 만나선 "정치를 하면서 나의 역할이 아직 남아 있는가, 아니면 민주당에서 하위 20%를 받고 지금까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해온 삶을 송두리째 밟히고 나가느냐 갈등이 많았다"며 "내가 영등포갑에서 당선이 된다면 나의 진정성을 인정해 주시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큰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은 곧바로 "김 부의장은 그 어느 누구보다 당의 혜택을 받고 꽃길을 걸어오신 분"이라고 정조준했다.
채 전 구청장은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민주당 정권에서 장관까지 역임한 중진으로, 우리 민주당 출신이기에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될 수 있었던 4선 의원"이라며 "수십 년 동안 몸 담았던 민주당을 등지고 전혀 가치관과 정체성이 다른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에 구민과 당원들은 상당한 배신감과 낭패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채 전 구청장은 "이제부터는 진짜 진검승부라 생각한다"며 "나는 단체장 출신의 정치신인이지만 과거(김영주)와 미래의 일하는 민주당(채현일)과의 치열한 싸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완성된 영등포을 여야 대진표에도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영등포을에선 19~20대 신경민 전 의원, 21대 김민석 의원이 당선되는 등 민주당계 후보들이 내리 당선됐다. 국민의힘으로선 22대 총선에서 영등포을을 탈환해 내는 것이 절대 과제가 된 셈이다.
앞서 박민식 전 장관은 김민석 의원을 조준한 '86 운동권 저격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지역구가 경선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박 전 장관은 경쟁자인 박용찬 전 당협위원장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을 포기했다. 이어 당의 요청으로 박 전 장관이 '강서을'로 선회함에 따라, 지난 21대 총선에서부터 지역에서 터를 닦아온 박 전 위원장의 단수공천 확정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대 총선에서는 박용찬 전 위원장이 김민석 의원에게 5.91%p 차로 석패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이번 선거에 임하는 포부를 "국민과 주민을 바라보고 지금까지처럼 '정책과 비전'으로 나아가겠다"고 꼽고, 박 전 위원장은 "아무리 훌륭한 정책과 공약이라 하더라도 소통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성사되기가 불가능하다"는 지론을 토대로 '소통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