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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뒷걸음질’ 클린스만 감독 심판의 시간


입력 2024.02.07 06:00 수정 2024.02.07 07:49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요르단과의 준결승서 졸전 끝에 0-2 패해 탈락

대회 기간 내내 뚜렷하지 않은 전술로 불안 야기

클린스만 감독. ⓒ 뉴시스

64년만의 우승 도전은 결국 물거품 되고 말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7일(한국 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준결승서 0-2 완패했다.


지난 1960년 이후 통산 두 번째이자 64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대표팀의 꿈은 4강서 막을 내렸다. 반면, 요르단은 한국이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며 사상 첫 결승 무대에 올라 카타르-이란 승자와 맞붙는다.


냉정하게 뒤돌아보면 준결승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표현할 수 있는 클린스만호였다. 그만큼 대회 내내 대표팀의 전력은 불안정했고 매 경기 패배 위기와 직면해야 했다.


출발부터 불안했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서 3-1로 승리했으나 경기력 자체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실수가 잦았고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에 축구팬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엇박자는 조별리그 2차전부터 본격화됐다. 요르단을 맞이한 대표팀은 전반 종료 직전 수비 집중력이 저하되며 순식간에 2골을 내줬고 경기 종료 직전 상대 자책골로 간신히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최종전인 말레이시아전(3-3무)은 참사에 가까운 경기력이었고, 사우디와의 16강은 물론 호주와의 8강전에서도 경기 내내 열세에 놓이면서 애가 타들어가는 졸전이 거듭됐다. 그리고 이번 요르단과의 준결승서 유효 슈팅을 단 1개도 쏘아 올리지 못하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클린스만 감독. ⓒ 뉴시스

대회 전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분류됐다. 그도 그럴 것이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등 유럽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값이 상당한데다 지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서 16강에 오를 정도의 안정된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1년 만에 대표팀의 경기력은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난해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위치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임 당시부터 많은 우려를 자아냈던 사령탑이다. 현역 시절 월드클래스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으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 게다가 한국 지휘봉을 잡기 전에는 꽤 오랜 시간 야인 생활을 보낼 정도로 외면을 받았던 이가 바로 클린스만 감독이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부임 후 A매치를 치르며 그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불안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바로 뚜렷하지 않은 전술이다. 전임인 파울루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한국에 이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반면,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축구 철학 자체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다보니 선수들은 대회 기간 조직력을 상실한 채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쳤다. 또한 공수 간격이 벌어진 채 상대 압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공격은 측면 크로스만 고집하는 등 단조로웠다.


플랜B를 마련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최전방 주전 공격수 황희조가 빠지며 대체 자원을 새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클린스만 감독은 끝내 외면했다. 결국 조규성이 1옵션으로 선택됐고, 결과는 축구팬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한국으로 돌아가 대회를 세밀하고 분석하고 더 보완해야 한다. 이제 북중미 월드컵을 치러야 한다”며 자진사퇴의 뜻이 없음을 알렸다. 하지만 성난 여론 앞에 대한축구협회 역시 뜻을 같이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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