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무모한 감정 표출, 韓 인기 낮았으면 난장판
총선 대패 → 윤석열 조기 레임덕…“악몽”
‘아끼는 후배 韓’은 과거, ‘미래 권력’이 현재
‘충돌 승자?’ 우문에 ‘둘 다 이긴다’가 현답 돼야
대통령 윤석열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한동훈이 이틀 동안 갈등하다 봉합이 되자 우문(愚問)이 쏟아진다. 누가 이겼냐는 거다.
두 사람이 싸운 건 맞다고 치자. 언론이 여의도 문법으로 사태를 중계하고 친윤계가 펌프질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지만, 양측이 이를 부인하지 않으니 싸우긴 싸웠다.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두 당정 사령탑이 미묘한 갈등 정도가 아니라 대놓고 나가라고 하고 그것을 거부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더구나 한동훈은 윤석열이 그 자리에 불과 한 달 전에 앉힌 사람이다.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내로남불, 범죄꾼 정당의 다수 의석 폭주를 막아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선거에서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두 사람이 결단했고, 한동훈은 여론조사들이 보여 주듯 잘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충돌했다고? 무엇 때문에, 누굴 위해서? 지지 철회네 사퇴 요구니 하는 밑도 끝도 없는 최초 보도를 한 기자도, 그 기사를 사실상 확인한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한동훈도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의 디올 백 수수 문제와 그와 관련한 한동훈 비대위 위원인 김경율의 발언 때문이라는 게 정답에 가깝다. 그 시각 차이(함정 몰카 범죄 vs 사과 필요)와 사실과 맞지 않은 도발적인 비유(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가 그 사달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게 과연 한동훈의 사퇴를 곧바로 요구할 만한 일인가, 또 합법적으로 요구를 할 수나 있는 것인가? 여기에서 대통령이 절대 불리하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했고 감정(분노) 조절이 안 된 모습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윤석열과 한동훈은 대학과 검찰 선후배로서 각별한 관계다. 형제를 넘어 부자 관계 비슷하다. 서로 깊이 신뢰하고 존중한다. 윤석열이 인수위 첫 조각을 할 때 비서실장 장제원에게 “법무부 장관은 내가 알아서 한다”라고 후보 물색 헛수고 말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검찰 부하, 심지어 장관도 당 대표와는 다르다. 한동훈은 윤석열이 검찰 시절 “내 말을 가장 안 듣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을 당 대표 시켜 놓고 한 달도 못 돼 이런 소란이 벌어졌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대통령 비서실장 이관섭의 의사 전달과 중재 능력에도 강한 의문이 든다. 대통령이 화를 낸다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폭탄 돌리듯 돌리고 대뜸 ‘사퇴’란 말을 했다는 대목이 그렇다. 용기와 헌신으로 분투하고 있는 새 여당 대표가 쳐 내야 할 적장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관섭에게 묻는다. “사퇴하라는 말을 입 밖에 낼 때 후폭풍을 생각 안 해 봤나?” 이 사람은 언론에 그렇게 말한 게 맞는다고 확인까지 해주었다. 심히 걱정되는 인사다.
한동훈에게 바로 사퇴 요구를 한 게 아니고 김경율을 물러나게 하라는 요구가 한동훈에 의해 거절당하는 과정에서 “그러면 한 위원장이 물러나세요”라고 한 것이라는 추가 해석도 있다. 사실이라면 이것도 문제다. 김경율 안 자르면 네가 나가라는 깡패와 같은 협박 아닌가?
어쨌거나 이제 디올 백 문제는 대통령이 됐든 여사가 됐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투명하게 정도를 걷기보다 함정 몰카 범죄라는 이유로, 감정으로, 우격다짐으로 넘어가려고 하다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작금의 여론조사들은 ‘몰카가 본질’이라는 대통령 부부와 친윤계 의원들의 항변을 압도한다. 그것이 국민 시선이고 중도/무당층의 감정이다.
속인 놈이 더 나쁜 건 맞지만, 속은 사람도, 그녀가 대통령 부인이니까 잘못이라는 게 약 70%의 국민 의견이다. 이들을 이기고 총선을 이길 수는 없다. 제1당을 결정하는 서울 수도권 승패는 대통령 부부에게 비호감도 높은 중도/무당층에 달려 있다.
윤석열과 한동훈 두 사람은 이번 사태로 관계를 재정립하게 될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는 과거의 사사로운 관계다. 이제 그는 총선 승리를 이끄는,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절반(47%~52%)이 ‘잘한다’라고 지지하는 집권당 총사령관이다.
이 지지율은 대통령 자신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중도/무당층에서 그렇다. 한동훈 체제에서 공천이 자기들에게 불리해질 듯하니 무턱대고 용산 뜻을 받든 친윤계의 장난(모반)이 이번엔 불발된 결정적 배경이다. 국민의힘과 보수우파 전체에게 천만다행한 일, 한동훈 지지율이 난장판 대참사를 막았다.
그 끔찍한 참사가 현실화했다면, 총선 대패 후 윤석열은 바로 이름만 대통령인 식물, 레임덕 상태로 빠진다는 건 명약관화다. 여야 국회 의석수는 지금과 비슷한데, 정부 여당의 대통령 방어 결속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악몽 아닌가?
한동훈은 이른바 미래 권력이다. 그것을 견제하려 했다가는 망신만 당하게 된다. 겸손하면서도 할 말 다 하는 그의 인기는 높아지고 대통령은 작아진다. 벌써 여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줄이 눈에 띄게 尹에서 韓으로 옮겨가고 있지 않은가?
윤석열은 무모했다. 한동훈의 인기가 낮았더라면 나경원-김기현처럼 그 또한 강제로 퇴장시켰을지 모른다. 어쩌자고 이 중차대한 시기에 잘하는 사람에게 그런 행패를 벌였는지 지금 자기 자신도 뼈아프게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후회와 반성 후 그의 태도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서로 독립 기관으로서 존중하고 협력하는 사이로 더 굳어지는 것이다. 수평적 관계다.
그러면 균열이 나타났을 때보다 더 단단해진다. ‘누가 이겼나?’라는 우문에 대한 현답(賢答)은 ‘둘 다 이긴다’가 되어야 한다.
글/ 정기수 칼럼리스트(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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