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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프로모션에서 찐가격 경쟁으로” 유통업계 가성비 전략의 진화


입력 2023.10.17 07:23 수정 2023.10.17 07:2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라면, 맥주 등 식품에서 청바지 등 패션으로 확대

‘판매 채널 확보, 마케팅 비용도 낮아’ PB 중심 경쟁 가열

CU가 지난달 출시한 1캔 1500원짜리 서민맥주.ⓒBGF리테일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유통업계의 가격 정책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이벤트성 할인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모으는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마진을 줄여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의 핵심 트렌드는 ‘가성비’다. 365일 연중 이어지는 할인 행사 홍수 속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일종의 생존 방식이다.


가성비 수요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고물가 시대를 맞아 신선식품, 가공식품 등 식탁물가 전반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다시금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기존 상품에 비해 가격을 대폭 낮춘 상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경쟁사 대비 얼마나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이전 한시적 프로모션을 통해 가격을 대폭 낮춰 소비자 관심을 유도했던 전략에 비하면 한층 성숙해진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라면업체의 경우 봉지라면 1개의 가격이 보통 1000원이 넘는 반면 CU, 이마트24가 내놓은 PB라면은 380원, 550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맥주와 막걸리의 경우에도 1500원, 1000원으로 기존 대형 식음료 제조사 상품(NB) 대비 가격이 40% 가량 저렴하다.


이들 상품의 특징은 마진을 최소화했다는 데 있다.


지난달 CU가 선보인 ‘서민 맥주’는 1캔에 1500원이다. 중간 마진을 낮추고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다.


또 대량 납품을 위한 자동화 설비는 갖췄지만, 판로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업체와 협업을 한 점도 가격을 낮춘 비결로 꼽힌다.


출시 한 달 만에 CU가 선보인 차별화 맥주 3위로 올라서며 하루 평균 1만캔씩 판매되고 있다.


앞서 올 5월 선보인 1000원 막걸리는 50만병 이상 판매되며 ‘물보다 싼 막걸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여름 내놓은 400원짜리 바 아이스크림은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이 두 배로 늘면서 올해는 종류를 더 확대했다.


작년 말 홈플러스가 출시한 ‘이춘삼라면’은 개당 500원이라는 가격 경쟁력으로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 말 기준 800만개가 넘게 팔렸다.


시장의 뜨거운 반응에 최근에는 후속작으로 ‘이해봉 짬뽕라면’을 내놨다. ‘이것이 리얼 해물 짬봉(뽕)’의 글자를 딴 이름으로 오징어, 새우, 홍합, 미역, 가다랑어, 바지락 등 6가지 해물을 담았다. 가격은 2500원(4입)으로 1봉 약 600원 수준이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고물가 시대에 생필품부터 먹거리까지 알뜰하게 고르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홈플러스시그니처’ PB의 2022년 매출은 2019년 대비 약 33% 증가했다.


또한 올 1월1일부터 9월1일까지의 PB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

가성비 경쟁은 주로 식품 분야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에는 의류 등 패션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2일부터 직매입 상품인 ‘스판 청바지’를 시중 SPA 브랜드 대비 50% 가량 저렴한 1만9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사전 계약을 통해 시중 대비 청바지 원단을 반값에 공급받아 판매가를 낮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 6개월 간 파트너사와 물량, 가격에 대해 공동으로 협의하고 품질 관리를 위해 지난 7월 베트남 현지의 제조 공장에 방문해 생산 시설과 청바지 원단을 점검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PB상품을 활용한 초저가 상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식탁물가를 끌어올리는 국제유가, 전쟁 등 국제상황 외에도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이 일상이 된 만큼 가격에 대한 중요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나 편의점이 내놓는 PB상품의 경우 일단 자사 매장이라는 확실한 판매 채널이 확보돼 있고, 기존 제품만큼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제조사와 유통업체 간 협업 상품을 내놓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며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는 만큼 초저가 상품을 통한 가격 경쟁도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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