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 집회부터 민주당 응답센터 청원까지
"김은경, 기득권 현역 의원 텃세 시달려"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발(發) 계파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광폭 행보도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혁신위가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혁신안을 내놓은 걸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의 당내 헤게모니 강화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힘을 싣는 듯한 개딸들의 '수박(겉과 속이 다른 뜻으로 비명계를 뜻하는 은어) 깨기'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딸들은 비명계 의원 지역구에서 일명 '수박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윤영찬 의원의 지역 사무실이 있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역 근처에서, 다음 날인 지난 9일에는 전해철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인 안산시 사리역 인근에서 규탄 집회가 열렸다. 해당 집회에 나선 개딸들은 비명계 의원을 '민주당과 당원들의 배신자' '당내 적폐'로 규정하면서 심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집회 신고를 했기 때문에 이를 제동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비명계 측은 이 같은 집회 신고가 몇 차례 더 돼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4~5명이 모여서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인가. 윤 의원의 모란시장 수박 규탄 집회에는 4명이 왔다"라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수박들이 (혁신안 반대 등) 헛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강성 지지층의) 세를 확인 시켜주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라고 집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에는 개딸들이 인위적으로 혁신위의 동력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혁신안 발표에 앞서 혁신위원들에게 응원 문자 보내기를 독려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혁신위가 김은경 위원장의 노인 비하, 가정사 진실공방 등으로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에 직면한데 따른 것이었다. 다만 현역 의원으로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던 이해식·황희 의원 중 비명계 황희 의원은 응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사이에서 '김은경 혁신안 반대하면 수박일 수밖에'라는 제목의 홍보물도 확산됐다. 지난 10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도 1표, 대의원도 1표라는 '권리 당원 권한 대폭 강화' 내용의 혁신안이 발표된 직후였다. 홍보물에는 '혁신안대로 수박씨를 발라 먹즈아'라는 문구도 적혔다.
전날엔 당 국민응답센터에 '민주당원의 열망이 담긴 혁신안 신속한 확행을 청원한다'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혁신위는 출범 순간부터 온갖 '마타도어'에 시달렸으며,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공감력이 현저하게 부족한 기득권 현역의원들의 텃세에 시달렸다"라고 주장했다.
또 "정책총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의원총회에 (혁신안 수용 여부 판단을) 맡기지 말자"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결정할 뿐"이라고 촉구했다. 기득권 현역은 비명계를 지칭하며, 의원총회에 혁신안이 올라갈 경우 비명계의 반대에 부딪힐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 지지자 오픈채팅을 중심으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 혁신안을 이행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 청원 참여 독려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명계 김용민·양이원영 의원이 민주당 전국 대의원연합(민대련)·더민주전국혁신회의·잼칠라보호연맹 등 총 12개 당원 단체와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여론전에 나섰다. 회견에 참여한 당원 단체는 비명계를 향해 '크나큰 역풍'이란 표현까지 불사하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보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에서 혁신안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간 민주당의 대표적인 부조리로 지목돼 온 대의원제도의 개정을 담은 이번 혁신안을, 민주당 지도부는 즉시 수용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또한 "분명히 경고한다. 당원들이 환호하는 혁신안을 국회의원이 반대해 좌초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의원 본인에게 크나큰 역풍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