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안철수 등 "유승민 안아야" 주장에도
劉 "尹, 당 장악했단 건 착각" 비판 강도 높여
총선 출마 가능성엔 열어둔 劉, 제3지대 합류
관측↑…'성공 여부'는 미지수 "반발 있을 것"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 일각의 "포용" 제안에도 불구하고 화답은커녕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총선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통해 보수층 내부 반윤(反尹·반윤석열) 세력을 규합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유 전 의원의 언동에 정치적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차기 총선에서 제3지대를 형성해 출마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재차 신당을 창당하거나 제3지대로 갈 경우 과거 실패 사례 등을 알고 있는 국민적인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험난한 정치인생을 마주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저녁 SBS TV에 나와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을 언급하며 "지금 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절대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체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대통령한테 아부하고 충성·맹세하는 이 국민의힘 사람들이 총선 지나고 나면, 대통령이 만약 인기가 떨어지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도와줄 것 같느냐? 절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정치를 안해봐서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을 완전히 자기가 장악을 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유 전 의원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달 31일에도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법정구속에 대해 "대통령이 자기한테 불리하거나 잘못한 문제는 국민 앞에 떳떳하게 나서서 이야기를 못 하고 선택적인 침묵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 친인척과 관련된 불법·부패는 없도록 하고 성역 없이 수사받도록 하겠다' 정도의 이야기는 해야할 것 아닌가. 입장을 안 밝히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동시에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유 전 의원의 내년 총선 출마 여부다. 유 전 의원 스스로도 전날 SBS TV에서 "대통령이 공천권을 100%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한테 공천을 주겠느냐"며,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다른 길을 고민하고 있음을 숨기진 않았다.
또 앞서 지난달 31일 라디오에서도 "워낙 찍혀서 나한테 공천을 주겠느냐. 공천을 구걸할 생각도 없다. 내가 백지 상태에서 고민한다는 것은 우리 정치를 미약하지만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총선 출마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의 발언이 최근 들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총선 출마 여부와 맞물려 당내에서 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나는 총선까지 쳐냈지만 이준석도 안고 유승민도 안고 가라"(홍준표 대구시장) "(유승민·이준석과) 원팀이 되는 쪽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안철수 의원) "(유승민·이준석은) 지난 대선에서 한배를 타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사람들"(이용호 의원) "누구든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있다면 그 인물들을 다 함께 끌어모으는 부분을 고민해야 된다"(조경태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유 전 의원과 함께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견들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손짓에 유 전 의원이 '비판 중단' 등으로 화답하기는커녕 되레 윤 대통령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치권에선 현실적으로 유 전 의원의 국민의힘 공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유 전 의원이 '제3지대'를 형성해 출마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혀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KBS라디오에 나와 유승민·이언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를 가리켜 "목적지는 같은데 가는 길이 좀 다르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번에 국회의원 뱃지 달아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당을 하나 만들어서 국민들에게 정당 선택을 호소하는 방법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도 신당 및 제3지대에 대해 선을 그어놓진 않은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열린 '정당 바로 세우기'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이 우리 정치를 변화시킬 굉장히 중요한 계기인데, 작은 힘이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백지 상태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총선 때 신당 만들어서 몇 석 얻고 대선 때 흡수 통합돼 '떴다방' 비슷한 기회주의적인 3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절대 인정 안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내에선 '윤 대통령을 가장 많이 비판하는 사람이 이재명 대표고 두 번째가 유 전 의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라며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니 이렇게 발언하고 있는 것일 텐데 그럼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제3지대 출마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유 전 의원이 제3지대로 나올 경우 성공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는 않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 전 의원의 목표는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것이 아니라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사전 작업을 위해 제3지대를 만들거나 합류해서 총선에 나올 가능성이 높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과 같은 신당 창당을 실패해봤기 때문에 재시도를 했을 때 국민들로부터 큰 반발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며 "또 제3지대론을 펼쳤을 경우 지역 기반이 희미한 만큼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낼 수밖에 없는데, 이미 이미지가 꽤 많이 소비된 만큼 전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에도 어려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