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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코로나發 채권만 150조…'SVB 사태' 유동성 비용 '공포'


입력 2023.03.14 14:08 수정 2023.03.14 14:2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발행 총량 600조 육박

이자 1년새 50% 급증

5대 은행 간판. ⓒ각 사

국내 은행이 발행한 채권 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15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6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지원 등 밀려드는 자금 수요를 감당하고자 채권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지만, 그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금리 인상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사태라는 점에서, 국내 은행들의 코로나발(發) 유동성을 둘러싼 우려도 점차 커져갈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20개 은행이 발행한 회사채는 총 594조9088억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보다 30.5%(139조900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KDB산업은행의 발행 채권이 167조490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2.1%(40조6568억원) 증가했다. 그 다음으로 IBK기업은행이 154조4594억원으로 25.2% 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시중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이 38조8711억원으로 2.2%증가했다.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82.8% 늘어난 34조2539억원을 기록했다. 그다음 하나은행이 30조8068억원, 우리은행이 28조7834억원으로 각각 30.9%와 26.1%씩 증가했다. NH농협은행도 23조6425억원으로 49.5% 늘었다.


은행들의 회사채가 늘어난 배경은 코로나19 이후 정부 주도의 소상공인, 서민 금융지원 정책과 더불어 밀려드는 대출 수요를 소화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을 발행해 자금 유동성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렇게 발행 채권이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은행이 채권 이자로 지급한 비용은 지난해 1~3분기 7조39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6%나 증가했다.


채권 이자비용이 급증한 것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풀이된다. 2021년 8월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두 번의 빅스텝을 포함해, 총 9번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제로금리(0.5%)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는 3.0%p 올라 3.5%까지 뛰었다.


실리콘밸리은행 본사.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벌어진 미국의 SVB 파산이 금리 인상기 유동성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벌어진 사태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국내 은행들도 유동성 비용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SVB 사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가 급격한 긴축을 시작하자, 자금줄이 막힌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이 경쟁적으로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SVB는 주로 예금이율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에 투자해왔는데, 기준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해 평가손실을 기록한 상태에서 인출 수요가 쏠리자 실제 손실을 보며 채권을 판 것이다. 이는 주가하락, 뱅크런과 파산까지 순식간에 이어졌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이번 SVB 사태가 시장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익스포저를 점검하는 등 대응책을 가동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은 예적금 보다 대출비율이 훨씬 높은데다 자산 운용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내외여서 SVB의 재무구조와 달라 안전하다”라며 “채권 가격에 따른 손실과 채권 이자비용 등 영향도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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