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17일, 종교법인법 근거 조사 지시
종교법인법 질문권 행사, 1996년 후 처음
조사 결과 따라 해산 명령 청구 가능성도
일본 정부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해 종교법인법에 따라 질문권을 활용한 조사에 착수했다. 종교법인법이 규정하고 있는 질문권을 행사하는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며, 종교법인격을 박탈하는 해산명령 청구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NHK 등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7일 오전 총리 관저에서 나가오카 게이코 문부과학상에게 통일교를 대상으로 종교법인법에 규정된 질문권 행사에 의한 조사를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일본 정부가 1995년 발생한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역 사린가스 테러사건의 이듬해인 1995년 종교법인법 개정을 통해 마련한 질문권을 종교단체를 대상으로 행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문권을 활용하면 문부과학성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위반이 의심되는 종교법인의 임원에게 사업과 업무에 관해 보고를 요구하고 질문할 수 있다.
조사 이후 종교단체가 공공복지에 해를 끼쳤다고 인정되는 행위 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법원이 소관 관청이나 검찰의 청구를 받아 통일교의 종교법인격을 박탈하는 해산을 명할 수도 있다. 아사히신문 등은 "조사결과에 따라 해산명령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질문권으로 확실히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종교법인법은 위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문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해산명령’ 청구의 이전 단계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정부가 지난달 5일 개설한 전화 상담창구에 지난달 30일까지 1700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된 것 등을 조사결정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곤궁이나 가정의 붕괴가 생긴 피해자가 다수"라며 "구제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는 것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교단 측과 국회의원의 접점이 잇따라 확인된 데 대해서는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솔직히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소속 의원 379명 중 절반에 가까운 180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이번 조치는 지지율 최저치를 찍고 있는 기시다 총리가 여론 반전을 노리고 한 대응으로 보인다. 통일교와 집권 자민당과의 관계문제로 그의 지지율이 20%대까지 추락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가 "어머니가 가정연합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며 범행동기로 아베 전 총리와 통일교의 유착 의혹을 거론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아베 전 총리 살해범이 범행동기로 언급한 통일교의 조사와 해산명령 청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일본 정부는 그러나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 논란이 지속되고 일반인의 관련 피해신고도 늘어나면서 태도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