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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탄원서에 폭발한 여권…"독재자는 이준석”·”안전핀 뽑힌 수류탄"


입력 2022.08.24 00:00 수정 2022.08.23 23:16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李, 윤 대통령 향해 '신군부' 빗대 비판

이어 "탄원서는 당내 셀프로 공개된 것"

주호영·김기현·홍준표 등 당 중진 '발칵'

상임고문단도 "이 전 대표는 당의 분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회'체제를 상대로 제기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법원 심리에 직접 참석한 뒤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자필로 작성한 탄원서에 등장한 현 정권을 겨냥한 높은 수위의 비판에 대한 여권 안팎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상으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내면서 당 혼란을 부추긴데 이어 이 전 대표가 탄원서에 윤석열 대통령을 '신군부' '절대자' 등으로 비유하면서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당 내부에선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독재자",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 "구질구질하다"는 등의 쓴소리가 등장하는가 하면, 당 외부에서도 "국민들이 (당대표를)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는 23일 공개된 법원 제출 자필 탄원서에서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비상상황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적었다. 여기서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나 '신군부'는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비판이 '개인 주장'에 그칠뿐이라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뉴스에 출연해 "탄원서는 개인 의견이다. 저런 사실 자체가 객관성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개인이 의견을 낸 것을 고정화시켜 마치 진실인 것처럼 하는 건 한쪽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의 신군부 비유 탄원서'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은 어쨌든 국민들이 선택해서 뽑은 지도자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행복해야만이 여당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안심하고 또 잘 살 수 있다는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 주변에 있는 분들이 대통령을 잘 보좌해야 된다 보고 있다"며 "이준석 전 대표는 그 부분은 조금은 지나치게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을 조금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가 탄원서에 여당권 일부 주요 인사의 실명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이 전 대표는 탄원서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김기현 의원'을 언급하며 "매사에 오히려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한 인물들이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이는 건 그들이 주도한 무리한 당내 권력 쟁탈 시도가 법원 판단으로 바로잡아진다고 하더라도 면을 상하지 않도록 절대자가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 전 대표의 주장에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는) 본인 생각으로 전부 재단하는데 언론이 가처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제 대답이었다"며 "법률지원단 검토 보고에 비춰보니 우리 절차에 하자가 없어서 '기각될 것으로 믿는다' (고 한 게) 무슨 법원 권위에 대한 도전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며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돼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훙준표 대구시장은 이 전 대표가 이날 오전 다른 방송에서 자신을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에 비유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해 날을 세우자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고 이 전 대표를 비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비대위와의 첫 상견례 자리에 나선 신영균 상임고문단 회장은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 당을 이끄는 사람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당대표를 지낸 사람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 심의를 받으러 법원에 가서 나오는 모습이 TV에 비쳤다. 그거를 본 국민들이 참으로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하며 이 전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다.


자리에 동석했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상임고문단이 이 전 대표를 두고 "'당의 분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걱정들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작성한 탄원서를 국민의힘 일부 세력이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탄원서를 공개해 의도적으로 파문을 일으켜 자신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라고 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당 일각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탄원서를 고의로 유출했다고 주장하며 "자기들이 '열람용'까지 찍힌 거(탄원서)를 셀프 유출해 놓고는 셀프 격앙하는 걸 보니 가처분 결과에 부담이 많이 가는가 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부터 일련의 과정이 조율돼 있었나 보다"라며 "어제 송달됐을 자필편지 내용을 열심히 캡처하고 사진 찍고, '열람용'을 안 보이게 해 이준석이 유출한 것처럼 보도하고, 당내 익명관계자는 셀프유출에 셀프 격노하고 주호영 의원은 점심 먹고 나와 이준석이 독재자가 된 것 같다고 멘트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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