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찰총장 없이 대검 검사급(검사장) 33명 전보 및 인사 단행…27일부터 업무 시작
尹사단 신봉수·이두봉 등 승진…서울동부지검장 친윤 임관혁 임명, 비윤 라인도 영전
노정연, 검찰 창설 73년 만에 첫 여성 고검장 탄생…법조계 "나름 균형 잡으려고 고심한 흔적 보여"
"실질적인 검찰총장은 이원석 예상에 다들 고사하고 있지만 23기, 24기 외부인사 검찰총장 가능성"
윤석열 정부의 첫 검찰 정기 인사가 단행됐다.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으로 복귀하고 '친문 성향'으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좌천당하거나 사표가 수리됐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총장이 없는 가운데 검사장 인사가 이뤄졌지만 윤석열 라인이 아니거나 비(非) 특수 라인의 승진도 이뤄지는 등 나름 균형을 잡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25기 밑으로 고검장들 인사를 단행한 만큼 검찰총장은 그 윗기수가 될 수 있고, 외부인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검찰 창설 73년 만에 탄생한 첫 여성 고검장에도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법무부가 22일 오후 '2022년 하반기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발표하며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33명의 전보 및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 대상자들은 오는 27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검사는 총 10명이다. 우선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신봉수(사법연수원 29기) 서울고검 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자리는 검찰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히고 있다. 신 검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내던 당시 중앙지검 형사 3부장으로 근무했고,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임명된 뒤에는 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 이두봉, 대전고검 검사장 영전
이와 함께 차기 검찰총장 후보이자 윤 사단으로 함께 분류되는 이두봉(25기) 인천지검장은 대전고검 검사장으로 영전했다. 윤 사단에 이름을 올린 이진동(28기) 서울고검 감찰부장과 신응석(28기) 서울고검 검사도 대전지검장과 의정부지검장으로 승진했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장에는 임관혁(26기) 광주고검 검사가 임명됐다. 임 검사는 특수통 검사이자 윤 사단으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장을 역임했는데,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임 검사를 특수단장에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북부지검장은 정영학(29기)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맡게 됐다. 정 검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형사8부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윤 사단이 아닌 검사들도 상당수 영전했다. 검찰 내 중요 보직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에는 '공안통'으로 꼽히는 송강(29기) 청주지검 차장검사 승진했다. 아울러 대검 형사부장에는 황병주(29기) 서울고검 검사, 대검 과학수사부장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으로 분류된 이정수 전 중앙지검장을 보좌했던 정진우(30기)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임명됐다.
대검 형사부장 자리에는 황병주(29기) 서울고검 검사 겸 대검 해외 불법 재산환수합조단장이 승진했고, 서울고검 차장검사 자리에는 노만석(29기) 서울시 법률자문검사가 보임됐다. 둘 역시 윤 사단으로 평가되는 검사들은 아니다.
첫 여성 고검장·여섯 번째 여성 검사장도 탄생
여성 검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노정연(25기) 창원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검찰 창설 73년 만에 첫 여성 고검장이다.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는 김선화(30기) 제주지검 차장검사가 승진·전보됐는데, 이는 검찰 내 여섯 번째 여성 검사장급 인사다.
검찰 내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직에는 검사장 5명이 배정됐다. 연수원장 자리는 여환섭(24기) 대전고검 검사장이 맡게 됐다. ▲신성식(27기) 광주고검 차장검사 ▲고경순(28기) 춘천지검 검사장 ▲이종근(28기) 대구고검 차장검사 ▲최성필(28기) 대검 과학수사부장 ▲김양수(29기) 부산고검 차장검사가 각각 연수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5명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사장으로 승진한 인물들이다.
앞서 사의를 표한 박찬호(26기) 광주지검장과 친문 인사로 분류됐던 이정수(26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김관정(26기) 수원고검장은 의원 면직됐다.
법조계에서는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필요한 인원들을 요직에 배치하면서도 친윤 검사 뿐만아니라 비윤 검사들도 중요한 곳에 잘 배치했다"며 "특히 첫 여성 고검장의 탄생 같은 부분을 눈여겨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예상은 했지만 정원을 늘린 법무연수원 자리에 친문 검사를 몰아 넣은 것은 대단히 아쉽다"며 "그래도 나름 균형을 잡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 밝은 한 인사는 "25기 밑으로 고검장들을 깔았다는 것은 그 윗기수로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검찰총장 직무 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 차장이 실질적인 검찰총장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돼 다들 손사래를 치며 고사하고 있지만 23기, 24기 외부인사 가운데 검찰총장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검찰 외부 인사로는 배성범(60·23기) 전 법무연수원장를 비롯해 조상철(53·23기) 전 서울고검장, 오인서(56·23기) 전 수원고검장, 권익환(55·22기) 전 서울남부지검장, 문찬석(61·24기) 전 광주지검장 등 검사장 출신 변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