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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브리핑] 文정권 비판 기자들 조롱 '캐리커처'…"풍자 아닌 폭력"


입력 2022.06.10 05:13 수정 2022.06.09 20:4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민예총, '전·현직 언론인 120명 '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로 그려 실명·소속사와 함께 전시

기자협회 "文정부 비판적인 기자들, 악의적 적폐세력으로 묘사…언론탄압이자 폭력, 명예훼손"

언론학계 "풍자와 조롱은 엄연히 달라…비평 예술 아닌 특정 언론 향한 적개심 표출"

금태섭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뭐가 다른가"

'기자 캐리커처'ⓒ페이스북.

문재인 정부와 진보진영 인사들을 비판한 언론인들을 조롱·희화화한 '기자 캐리커처' 전시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학계에서는 "풍자가 아니라 조롱"이라고 비판했고, 기자협회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폭력이자 언론 탄압인 만큼 즉각 전시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다르지 않다"고 질타했다. 일부 해당 언론사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체(이하 서울민예총)는 1~15일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굿,바이 展 시즌2'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고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정치인 120명을 우스꽝스러운 캐리커처로 그려 실명과 소속사와 함께 전시했다. 출품작의 이름은 기자 집단의 멸칭인 '기더기'(기자+구더기) 퇴치 프로젝트의 자음을 딴 'ㄱㄷㄱㅌㅊㅍㄹㅈㅌ'다. 기획 의도는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진보 진영 인사들을 비판한 기자들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기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의 캐리커처 옆에는 "대통령 딸 자녀와 '靑 거주' 아빠 찬스 논란"이라는 말풍선이 그려져 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1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 딸이 청와대 관저에서 1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상대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악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아닌 폭력이며 언론탄압"이라며 "전시회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고 붉은색으로 덧칠해 적폐세력으로 묘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소속사와 이름까지 실명으로 게재해 심각한 명예훼손을 했다"고 비판했다.


'기자 캐리커처'ⓒ페이스북.

일부 언론사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은 지난 4월 작가에 캐리커처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며, 납득할만한 조치와 답변이 없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서울민예총에 내용증명을 보내 "전시회를 강행하는 경우 기자 별로 해당 전시일수에 따라 계산한 금액을 기초로 하여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며 "별도로 해당 작가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경고했다.


언론학계에서는 기자 캐리커처가 풍자라기 보다는 기자에 대한 조롱에 가깝다고 봤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풍자와 조롱은 엄연히 다르며 선을 넘어선 풍자는 대중 파급력이 없다"고 힐난하고 "출품작 'ㄱㄷㄱㅌㅊㅍㄹㅈㅌ'에서 자음이 '기더기'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 단어를 쓴 거 자체가 조롱이다. 기자들을 '기더기'라고 낙인찍는 것은 인격권을 해칠 수 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단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도 "언론에 공개된 일부 출품작을 보면 언론에 대한 비평 예술이라기보다는 특정 언론을 향한 적개심의 표출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며 "대체 어떤 기준으로 100명의 기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언론비평은 저널리즘에 기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 캐리커처 작품'을 공유하고 "예전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뭐가 다른가"라며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이런 폭력적인 짓이 벌어지는데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에서는 한 사람도 나서서 꾸짖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기억 같은 건 다 잊은 건가"라고 질타했다.


다만 언론사의 법적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내가 싫어하는 기자에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자들의 저널리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언론은 취재 과정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어도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는 것처럼 일반 시민들도 하고 싶은 생각을 쓰고 말하는 표현의 자유만큼은 열려 있어야 한다. 법적 대응까지 가는 것은 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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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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