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시장원칙 입각한 전력시장 어디갔나…한전 적자 민간에 털어내려는 산업부


입력 2022.06.09 07:00 수정 2022.06.08 17:5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산업부 SMP 상한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위배

자본주의 시장 교란 가능성에 법 위반 소지까지

윤석열(오른쪽)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지난 5월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가 적힌 패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도매가격(SMP) 상한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시장경제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역대 최대 적자에 빠진 한국전력의 재무위기를 민간발전사들의 정당한 수익으로 메워 극복하려는 셈법이어서다.


산업부는 지난 5월 24일 전력시장 긴급정산 상한가격 제도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도매가에 사올 때 적용되는 SMP에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연료비 급등으로 발전사들의 전력생산비용이 상승하더라도 SMP는 한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받는다. 민간발전사의 수익으로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는 형태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건 최근 연료비 급등으로 야기된 한전의 재무위기와 직결돼있다. 지난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은 7조8000억원을 내며 작년 전체 영업손실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올해 한전 적자가 30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유가 및 LNG 등 주요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SMP는 지난 4월 기준 ㎾h당 202.11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배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산업부가 한전의 적자를 덜기 위해 SMP 상한제를 도입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시장 원칙이 작동하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전력 시장·요금체계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윤 정부는 인수위 시절 "전력시장과 요금,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전력시장의 시장경제 운영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정부가 동시에 물가 인상은 없다고 공표하는 등 모순되는 2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려 하니 이러한 사태를 빚은 것"이라며 "SK E&S와 GS EPS 이외 나머지 회사들은 수익이 많은 것도 아닌데 갑자기 SMP 상한선에 걸리다보니 다 죽어날 것이다. 형평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자본주의 시장 왜곡 심화에…법적 위반 문제까지

SMP 상한제 시행이 실질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먼저 국내총생산(GDP) 2000조원 시대에 정부가 이와 같이 시장가격에 개입할 경우 큰 통상 분쟁 이슈가 되고 외국인 투자에도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정부가 개입해서 정상적인 투자활동을 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외국 정부와 기업에 준다는 이야기다.


한 민간발전사 고위급 임원은 "SMP상한제로 얻게 되는 가시적인 결과물은 한전이 올해 적자의 약 250분의 1을 메우는데 성공하겠지만 반대급부로 '보이는 손'에 가격을 통제받는 시장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무역기구(WTO) 가입국 간 국제 분쟁의 소지가 되고, 결국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MP 상한제 시행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민간기업 자문 변호사는 "당장 몇 달 후의 유가 전망도 어려운데 SMP상한금액을 130원 초반으로 발표한 것은 산업부가 밀실에서 1~2명 공무원이 설정한 수치를 행정예고 한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MP 가격 상한을 독점가격 이상으로 잘못 설정하면 정부의 규제가 의미가 없어지며 소비자를 독점가격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실패하게 된다"며 "따라서 SMP 가격상한 설정은 공정거래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기사 모아 보기 >
0
0
유준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