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정상화 목표, 일부 조합원 중심 위원회 발족
시공사-집행부-조합원, 이해관계 얽혀 단기간 해결 어려워
2주 넘게 공사가 멈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을 놓고 조합 내분이 심화하고 있다.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을 넘어 조합 내에서도 각종 잡음이 새 나오면서 공사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1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둔촌주공 조합원 50여명을 중심으로 '둔촌조합정상화위원회'가 꾸려졌다. 위원회는 신속한 공사재개 등 사업 정상화 추진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공사 중단 사태가 현 조합집행부의 이권개입으로 촉발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합이 공사비 증액을 받아들이는 대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에 특정업체 지정 입찰을 요구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단 지적이다.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은 과거 시공사업단이 진행하는 '실외기 전동식 루버'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입찰에 반드시 참여시키고 해당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기능을 명시해 입찰해 달라고 요구했다. 실외기 전동식 루버는 에어컨 실외기실 창문에 설치되는 장치로 실외기 열을 감지해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환기 시스템이다.
데일리안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해 9월 "현재 당 현장의 모델하우스에 설치된 업체 A를 반드시 입찰에 포함 시키고 입찰 시 스펙기준은 수동 및 자동 전환기능이 일체형으로 돼 간편하게 조작(Knob방식)할 수 있는 제품으로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사업단에 발송했다.
Knob방식은 A업체가 실용신안등록을 통해 독점하고 있는 기능이다. 위원회에선 사실상 A업체 지정 입찰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사업단은 "특정 업체의 스펙을 명시해 입찰을 진행할 경우 입찰 공정성에 문제가 된다"고 회신했고, 실제 입찰에선 B업체 제품이 낙찰됐다.
위원회에 따르면 조합은 이후에도 B업체 제품을 A업체 제품으로 바꿀 것을 지속 요구했다. 공사 중단 한 달여 전인 지난 3월11일에도 조합은 "시연을 통해 Knob방식이 가능한지 성능 입증을 조건으로 B업체 제품을 승인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재차 발송했다.
공사중단 사태…"집행부 이권개입" vs "대응할 가치 없어"
서울시, 조합·시공사 개별접촉 협상 일정 조율 중
이에 사업단 측은 "A업체 제품은 낙찰된 B업체 제품 대비 221% 단가가 높아 약 60억원이 추가 발생하고 품질도 낮다"며 총회를 통해 조합원 동의를 거쳐야 변경계약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자재의 적합성 검토·확인 업무는 감리단에서 수행하므로 조합의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수용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반영해 입찰을 진행했다"며 "업체선정 전후 조합의 관여는 심각하게 우려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조합은 시행자의 자재반입승인권을 이용해 실외기 전동루버 자재승인을 해주지 않은 상태다. 위원회 측은 최악의 경우 집행부 교체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조합으로부터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들은 바가 없다"며 "서울시 중재도 사실상 깨진 거로 알고 있다. 시공사가 현 조합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만큼 어떤 조건으로 협상이 이뤄지는지 위원회에서 나서서 이야기를 들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합 측은 "대응할 가치가 전혀 없다"며 "시공사업단과 협의의 장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자코 있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서울시는 조합과 사업단 간의 갈등을 중대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을 개별 접촉하며 일정을 조율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에 이어 현 집행부와 조합원들 사이의 마찰까지 더해지면서 당장 공사재개가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칫 조합장 해임 등 또다시 집행부가 교체되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이 또 들어가기 때문에 사업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시가 나서서 어떻게 중재 테이블에 앉히더라도 현 상황에서 단기간 극적인 결과를 도출해내긴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