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 장기화
러, 돈바스 전선따라 공격
전략적 요충지 두고 총력전
우크라이나 전쟁이 55일째 이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등 돈바스 지역의 480km 전선을 따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비디오 연설에서 "러시아 군대가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공격을 개시했다"며 "러시아군의 상당한 전력이 돈바스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는 긴급 연설과 함께 단행됐다. 당시 러시아는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1917년 공산혁명으로 소비에트 연방이 설립되며 부당하게 국경이 설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 동유럽 주둔 서방 군사력 축소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서방과 러시아의 완충지대로 불리던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러시아가 서방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에 거듭 우려를 표한 끝에 침공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쟁의 실질적 내막은 과거 '돈바스 전쟁'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러시아가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이후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들은 독립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전쟁을 벌여왔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21일 분리주의 세력에 대해 사실상 독립국 지위를 부여하며 평화유지군 진입을 명령했다. 이로써 8년간 교착상태를 거듭했던 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친러 성향이 강한 돈바스 지역이 러시아 손에 넘어갈 경우 크림반도, 돈바스, 러시아 본토가 육로로 이어지게 된다. 함락될 위기에 처한 흑해 연안의 마리우폴 역시 돈바스 지역에 속해 있으며 육로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초반부터 마리우폴을 최우선 공략 목표로 삼고 집중 공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전략을 수정해 돈바스 총공세에 나섰다.
앞서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함락할 경우 전쟁 상황이 러시아 측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주요 요충지 확보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다른 도시의 위협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최정예 병력을 배치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7일 CNN 인터뷰를 통해 "돈바스 지역을 지키는 우리 군대는 우리가 보유한 최고의 군대"라며 "전쟁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측할 수 없지만 돈바스 전투가 이번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서방국가들은 항전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에 군사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9일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처음으로 키이우를 방문해 장갑차 120대 등 1억 파운드(약 1600억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지난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승인 하에 8억 달러(약 9800억원) 규모의 군수 물자를 지원하기도 했다. 무기 패키지에는 Mi-17 헬리콥터 11대와 스위치블레이드 드론 300대, M113 장갑차 200대, 자벨린 대전차 미사일 500개, 곡사포 18대, 레이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 역시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에 따르면 돈바스에서의 지상전을 위해 시리아 병력이 대거 배치될 전망이다. 러시아 사설 용병업체 와그너 그룹 대표도 돈바스로 이동해 사설 용병들을 감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3일 NBC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공격을 감행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이 준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