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명절 태양절 앞두고
'핵심 계층' 거주지 평양서
건설 부문 성과 연이어 과시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천명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10년을 맞았지만 이렇다 할 경제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 코로나19 방역 명분의 국경봉쇄 여파 등으로 경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위원장이 자급자족·자력갱생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건설 부문 성과를 어떻게든 쥐어짜는 모양새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올해 진행한 7차례의 경제 현장 방문은 모두 건설 분야로 확인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건설 분야가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인민대중제일주의' '인민생활향상'을 대표하는 역점 사업으로 판단된다"며 "건설 부문의 정치적 성격을 연일 강조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개최된 '건설부문 일꾼 대강습'에 보낸 서한에서 "건설은 당의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와 제도의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북한 최대 명절로 꼽히는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15일)을 앞두고 당·정·군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건설 부문 성과를 과시하며 내부 결속을 꾀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이번 주에만 두 차례나 평양 지역 건설 현장을 찾았다. 지난 11일엔 평양 동남부 '송신·송화지구'의 1만 세대 살림집(주택) 준공식에 참석했으며, 전날에는 평양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준공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고급 주택단지인 다락식 주택을 언론 관계자들에게 '선물'하며 "우리 인민은 이 땅의 모든 문명과 행복을 마땅히 누려야 할 당당한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급주택을 선물받은 △조선중앙TV의 간판 아나운서 리춘히 △수령 찬양 정론 집필을 맡아온 동태관 노동신문 논설위원 △최성원 방송원의 집을 직접 찾아 축하 인사까지 전했다. 김정은 체제를 떠받치는 데 기여한 인물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며 충성심을 고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리춘히, 동태관 등 언론 관계자들의 사상사업 기여를 인정하고 이를 격려하는 차원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태양절을 앞두고 달성한 건설 성과를 경축 분위기 조성에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점(건설) 사업을 통해 경제 부문 성과를 강조하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과거 힘을 실었던 대규모 토목공사 등이 아닌 주택 건설에 집중하는 모습은 장비·자재 부족 등 '어려운 여건'을 간접적으로 드러내 준다는 평가다.
실제로 북한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당 창건 75주년이었던 재작년 10월까지 마무리 짓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완공 소식은 1년 반이 넘도록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제재 및 국경봉쇄 영향 등으로 의료 자재 및 각종 건설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