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 공격적 투자 나서는데 삼성은 불확실성만 확대
투자·대형 M&A 등 과감한 결단 필요…총수 역할론 대두
삼성전자가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인텔과 TSMC 등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은 투자는커녕 수율과 노조 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모양새다. 이에 따라 키잡이 역할을 해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율과 노조 문제로 초격차 전략을 펼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는 와중에 해당 요인들이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TSMC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세공정 파운드리 역시 수율 문제로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파운드리에서 당초 예상만큼의 수율이 나오지 않으며 다소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율은 생산제품 중 양품 비율을 의미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일부 제품 수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퀄컴은 4나노 공정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Gen1 생산을 삼성전자에서 TSMC로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드래곤8 Gen1은 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져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22 시리즈에 탑재됐다. 특히 3나노 공정도 TSMC에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노조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협상 문제가 장기화 되면서 노조의 파업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파업을 염두에 둔 전국 12개 삼성전자 사업장 사업장 순회 홍보 투쟁에 나섰다. 지난 13일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을 찾아 사측에서 임금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물론 노조가 전체 임직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노조의 세력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만큼 불안요소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4500명 규모로 전체 지구언 11만3000여명 중 4%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와 학계에서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과감한 결단을 통해 불확실성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이 3년 내 유의미한 인수합병(M&A)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던 만큼 이 부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 군대와 마찬가지로 의사 결정의 연속 속에서 경영성과를 도출해 낸다”며 “이 때문에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문 경영인 선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다소 어렵다”며 “이는 총수가 역할을 해줘야만 되며 고유 영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 재계 관계자도 “글로벌 투자 환경이 점차 악화되면서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규모 투자와 합병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삼성 안팎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속된 사법리스크로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등 경영 활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취업제한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하면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