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 10년3개월만에 4%대 기록
美 통화긴축 나서나…5월 '빅 스텝' 가능성
14일 주상영 의장 대행, 통화정책방향 결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통화정책 결정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 정책 예고로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린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로 확정되면서 14일 열리는 금통위는 총재 공백 상태에서 진행된다. 한은법에 따라 반장인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을 대행해 주관한다. 한은이 총재 없이 금통위를 진행하는 것은 금통위 의장을 겸직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금통위는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다수결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총 3번의 인상을 단행, 기준금리를 현 1.25%까지 올렸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1.75~2.00%까지 금리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최근에는 대내외 경제상황으로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우세할 것으로 점치는 쪽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을 지목한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4.1%를 기록했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만의 처음이다.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가늠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까지 올랐다.
한은은 당분간 4%대의 물가 상승률을 유지하는 가운데,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안정은 한은의 최우선 목표다.
미국의 빅 스텝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도 시장 예상치를 넘는 물가 급등세에 5월 빅 스텝을 통해 본격적인 통화 긴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이달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 대다수가 고물가로 3월 금리를 0.5%p 인상하는 방안을 이미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 내부에서는 빅스텝을 2회 이상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통해 미국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2.00∼2.25%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으면 미국 기준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 외국인 투자자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동결 전망의 근거는 총재 부재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다. 금통위가 합의제 기구라도 총재 없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 자체가 부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달 금통위가 또 열리는만큼 이달에는 한 번 금리인상을 쉬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주상영 위원이 대표적인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것도 기준금리 인상 방향을 전환시킬 수 있는 변수다.
대외 악재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기준금리 상승은 이자 부담이 불가피하고, 소비 위축 등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채권 시장은 최근 대내외 정세를 선 반영해 금리가 고공행진중이다. 지난 11일 3년물 국채 금리는 2.99%,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3.1%, 3.17%로 마감해 또 다시 연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환율도 불안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2년 만의 최고치인 1242.8원을 기록한 뒤 계속 1200원대를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날에는 3.1원 오른 1236.2원으로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1230원대를 기록했다.
다만 4월이든 5월이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예고된 수순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을 통해 가계부채 등의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이 후보는 오는 19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의 보내온 서면 질의에서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또 총재 공백 금통위에 대해서는 “금통위원들이 금융, 경제 상황을 잘 고려해 차질없이 통화 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