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女에 머리 맞은 60대男 측 "여자라서, 심신미약이라서 솜방망이 처벌 안 돼" 청와대 청원
작년 7월, 20대女 폭행 피해 40대 가장 "휴대전화 옛날로 치면 벽돌…출혈 있었다면 살인미수"
법조계 "휴대전화도 용도와 상황에 따라 '위험한 물건'에 해당…특수상해죄 입건 사안"
특수상해죄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형
최근 20대 여성이 60대 남성의 머리를 휴대전화로 때려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보고 특수상해죄로 엄벌해야 한다는 경찰의 판단이 나오면서, 사건 처벌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도 엄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휴대전화가 흉기는 아니지만 손에 들고 사람을 때려 상처를 입힌 경우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고, 실제로 다쳤다면 특수상해로 입건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지하철 9호선에서 60대 남성의 머리를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때려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사건 당시 A씨가 침을 뱉었는데 60대 남성이 자신의 가방을 붙잡자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현장이 담긴 영상엔 A씨가 "너도 쳤어, 쌍방이야", "나 경찰 빽(뒷배)있으니깐 놓으라" 등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담겼다.
'지하철 9호선 폭행 피해자의 사촌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저희 사촌형은 시골에서 자라 서울서 대학을 나와 3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신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이었다"며 "본인 충격이 많이 크셨을 텐데도 주변 지인과 가족을 걱정하고, 이런 일을 당하신 게 많이 창피하다고 사건을 자꾸 숨기려고만 하신다. 이 사건은 절대 여자라서, 심신미약이라서 솜방망이 처벌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작년 7월에도 서울 성동구 왕십리의 한 아파트 산책로에서 20대 여성 B씨가 가족이 보는 앞에서 40대 가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B씨가 40대 가장을 때릴 때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해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40대 가장은 머리를 다쳐 전치 2주의 뇌진탕과 후두부 상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40대 가장은 1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성 손이 메워야 얼마나 맵겠느냐고 말들 하는데, 휴대전화는 무기다"며 "옛날에는 벽돌이었지 지금은 휴대전화다. 휴대전화가 티타늄 재질로 엄청나게 세게 만들어 출혈이 안나더라도 대단히 아프다. 출혈이 있었다면 살인미수 아니냐"고 주장했다. 아울러 "저도 휴대전화로 10대 정도는 맞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방 폭행이 될까봐 맞으면서도 계속 참았다. 기소유예 처분이 나올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법조계에서는 범행 당시 상황과 물건의 용도, 피해 정도를 중요한 기준으로 보고 있다. YK 부산 김범한 형사법전문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위험한 물건은 사용 용도와 방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판단이 달라진다"며 "예를 들어 휴대전화로 등이나 어깨를 때렸는데 피해가 크지 않다면 위험한 물건으로 안 볼 수도 있지만, 휴대전화를 들어 세워서 예민한 부위를 찍었고 피해가 상당하다면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법리적인 판단이 꼭 잘못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동성끼리 싸우더라도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쌍방으로 싸우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성이 때렸다고 남성이 때리면 법률적으로 그 또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쌍방폭행으로 다툼이 생기면 똑같은 행동에 대해 서로 자신의 피해를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사실관계 파악이나 실체 규명을 위해 영상 자료가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다솔법률사무소 김운용 변호사는 "휴대전화로 사람의 머리를 때리면 피가 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실제로 다쳤다면 특수상해로 입건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특수상해는 죄질이 좋지 않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데 기소 유예가 되는 건 아주 경미한 사안일 때 뿐이다. 이 사건이 경미한 지 여부는 담당 검사가 판단해야 할 문제겠지만, 지하철에서 사람을 때린 것은 경미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특수상해죄는 일반 상해죄와 달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 적용된다. 위험한 물건은 총기나 칼처럼 흉기에 속하지는 않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특성과 사용 방법에 따라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을 말한다. 특수상해죄가 인정되면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휴대전화로 상대방의 머리를 때려 다친 경우 특수상해죄가 인정돼 가중처벌 된다는 판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