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멀어 새벽 3시 출발해 교대, 근무 패턴 자체가 힘들었다…화장실 등 생리현상 처리 어려워"
"한 번 투입되면 보통 30시간, 쪽잠·도시락 연명…좀 더 효율적인 근무교대 시간 배정 바람"
"소방 차량 진입 못 해 진화 어려움…산 주변에 물 분사 장비 미리 설치, 방어선 구축에 도움 됐을 것"
"산불 어느 방향으로 번지는지 동선파악 정보 가장 중요…지휘체계 혼선 등으로 지원 제대로 못 받아"
지난 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해 강원도 삼척까지 번진 산불은 발생 9일 만인 13일 오전 9시께 불이 잡혔다. 213시간 43분 만이다.
산불로 인한 피해구역은 울진 1만8463헥타르(㏊), 삼척 2460㏊로 총 2만923㏊에 이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주택 319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다.
역대 최장기 산불로 기록된 이번 산불로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발령됐고, 전국 소방동원령 2호가 발령된 가운데 전국에서 소방관과 산불진화대, 공무원, 경찰, 군인 등이 투입돼 처절하게 화마와 싸웠다.
다음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 투입됐던 경기 고양소방서 김유진 소방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언제 어디에 투입됐나.
3월 10일 오전 3시부터 다음날인 11일 오전 11시까지 울진 쪽과 금강송 군락지 진화에 투입됐다.
▲ 산불진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근무 패턴 자체가 힘들었다. 진화 지점까지 거리가 꽤 멀고, 전 근무자와 교대를 하고 임무를 부여 받고 하려면 새벽 3시에 출발해야 한다. 현장에서 진화작업이 장기간으로 길어지다 보면 화장실 등 생리현상 처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여성대원들이 특히 곤란한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 보통 한 번 투입되면 평균적으로 몇 시간 정도 근무 하는가.
평균적으로 24시간~30시간 이상 가까이 될 것 같다.
▲ 잠자거나 식사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 같다. 소방대원들을 위한 숙소는 마련돼 있었나.
저희는 민가 주변의 피해를 방지하는 역할도 했는데 숙소가 없어서 차에서 쪽잠을 자거나 식사도 도시락 배달이 오면 차 안에서 식사하고 그렇게 30시간 이상 대기하고 진화하러 가고 계속 그런 방식이었다.
▲ 목숨 걸고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데 간단한 휴식 공간 정도는 정부에서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저희가 편하게 놀러 간 것이 아닌 업무 소관으로 책임을 다하러 갔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부분은 괜찮다. 다만, 근무를 짜주시는 분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배정해 근무교대를 지정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번 동해안 산불의 경우 건조한 날씨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고 들었다. 진화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워낙 산세가 높고 험하기 때문에 소방차량이 진입을 못했다. 소방 차량만 진입이 가능했다면 주변에 있는 불을 웬만해선 다 끌 수 있는데 진입 불가능한 상황이 진화의 어려움을 만들었다. 산림청에서도 많은 수고를 해주셨지만 소방차 한 대가 끌 수 있는 불의 양이 훨씬 많다. 소방관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으로 산 주변에 물을 분사할 수 있는 장비 등을 미리 설치해 놨더라면 방어선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또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나.
시스템 체계가 잘 안 갖춰져 있었던 것도 어려움으로 꼽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진화에 있어서 산불이 어느 방향으로 번지고 있는지 등 동선파악을 위한 정보가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동선파악이 돼야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할 수 있는데 소통이 안 돼 산불이 번지는 동선파악 정보를 중앙지원에서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무전시스템 등이 타 시·도 소방 소속과도 연결돼 있다 보니 지휘체계에서 약간의 혼선이 발생했던 것 같다.(저는 경북 소속이 아닌 경기도 소속으로 같은 소방관이지만 소속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