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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일거양득' 꾀하나…'머리'는 위성 '몸통'은 ICBM


입력 2022.03.07 12:23 수정 2022.03.07 12:24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위성 발사' 명분으로

과학기술·국방력 강화 동시 추진

북한은 지난달 27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을 진행했다며 공개한 한반도 사진.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정찰 위성'을 개발하겠다며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쏘아 올리고 있다.


표면적으론 위성 관련 기술 진전이 감지되지만, 이면에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확보 의지가 깔려있다는 평가다.


김일성 전 주석 생일 110주년(4월15일)에 과시할 '기념비적 성과'로 위성 발사를 통한 과학기술 증진과 국방력 강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 매체들은 6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전날 정찰위성 개발 계획에 따라 또다시 중요시험을 진행했다"며 "시험을 통하여 국가우주개발국은 위성자료송수신 및 조종지령체계와 여러가지 지상위성관제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쏘아 올리며 지속적으로 촬영기 장착 여부 등을 공개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 송수신 등 위성 관련 기술에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북한이 몇 가지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은 기본적으로 우주 발사체에서 사진 데이터를 전송하며 (지상과) 통신을 주고받았다. 미사일에 장착된 카메라를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종의 데이터 송수신이 이뤄진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우주 혹은 저궤도·하위궤도에 오른 물체로부터 데이터를 지상에 송신하는 일종의 '다운링크(downlink)' 기술을 보여줬다며 "그 정도 궤도에서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비행체와 통신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월 30일 중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이 발사하고 공개한 사진 ⓒ조선중앙통신

최근 북한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관련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과시해왔다.


지난 1월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 당시에는 미사일에 촬영기를 단 배경을 두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됐지만, 추가 발사를 통해 위성 개발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어 더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실제로 북측은 지난 2월 27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촬영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촬영을 진행하여 고분해능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낮은 해상도' 등으로 관련 기술력이 위성으로서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뒤따르자 이를 의식한 듯 지난 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선 사진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공개된 사진은 질적으로 매우 조악한 수준"이라면서도 "최근 발사에선 카메라 지원 시스템을 점검한 것이다. 실제 우주 발사체에는 훨씬 우수한 카메라가 장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측이 "위성자료 송수신 및 조종 지령 체계와 여러 가지 지상 위성 관제 체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였다"고 밝힌 만큼, 실질적 기술 확보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작년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모습 ⓒ조선중앙TV

일각에선 위성 기술 확보가 신형 ICBM 검증을 위한 '분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성과 ICBM은 '머리'에 위성을 탑재하느냐, 탄두를 탑재하느냐의 차이를 가질 뿐 사실상 같은 기술이 활용된다. 때문에 북한이 어떤 '몸통'을 활용해 위성을 쏘아 올리는지 지켜볼 필요 있다는 평가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전문가 마커스 실러 박사는 "위성 발사가 반드시 베일에 가려진 ICBM 시험은 아니다"면서도 "만약 위성을 화성-15형(ICBM발사체)에 탑재해 발사한다면 그것은 위성 발사를 가장한 ICBM 시험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어떤 발사체를 활용해 위성을 발사하느냐에 따라 '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측은 위성 발사를 명분 삼은 최근 2번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선 발사체 사진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측이 ICBM에 활용될 수 있는 신형 발사체를 연이어 시험하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향후 대규모 엔진시험 등 추가적인 공정체계 시험을 거친 후 한미군사훈련과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주년이 겹치는 오는 4월,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 높다"고 내다봤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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