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가능성 주목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휩쓸었던 영광의 순간이 '오징어 게임'에게도 주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 가장 권위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다면 TV, 방송계에는 '방송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이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시상식에 '오징어 게임'이 주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제31회 고담어워즈에서 획기적인 시리즈 40분 이상 장편(Breakthrough Series Long Format(over 40minutes) 부문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부문을 수상했다. 쇼타임의 '더 굿 로드 버드' HBO '잇츠 어 신', '더 화이트 로투스', 아마존 스튜디오의 '스몰 엑스', '더 언더그라운드 레일 로드' 등을 제친 결과였다.
'오징어 게임'의 수상 행보는 제79회 골든글로브에서 남우주연상(오영수), 미국 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주연상(정호연), 스턴트 앙상블상 3관왕으로 이어졌다. 특히 미국배우조합상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배우 노조인 미국 배우조합이 시상, 제작자조합상(PGA), 감독조합상(DGA), 작가조합상(WGA)과 함께 미국 4대 조합상으로 불리며 미국의 드라마·영화배우들이 직접 투표해 수상자를 결정하며 한국 콘텐츠가 주류에 꼽히고 있음을 보여줬다. 꼭 수상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무대에서 '오징어 게임'의 이름이 자주 호명되는 건, 그만큼 업계의 주목과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의미가 크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가 해외 시상식이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건 낯설지 않은 일이지만 거의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는 영화에 한정돼 왔었다.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 영화제 특별 은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1987년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여우주연상,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 2002년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로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 2004년 김기덕 감독이 '사마리아'로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예술성과 완성도가 해외에서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왔다.
이후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004년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2007년 전도연이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2009년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칸 영화제 심사사위원상,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칸 영화제 각본상,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봉준호 감독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비롯해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4관왕, SAG 앙상블상, LA 비평가 협회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뉴욕 비평가 협회상에서 외국영화 등 해외에서 155개의 상을 수상, 한국 영화로써 최다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이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홍 감독은 2020년 '도망친 여자'로 감독상을 받았으며 지난해 '인트로덕션'으로 각본상을 받아왔다. 이번 은곰상 수상은 3년 연속 수상이자, 네 번째 은곰상 수상이었다.
과거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 국가에서 '한류'로 불리며 인기를 얻어왔지만 영화처럼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이진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오징어 게임'의 행보는 또 하나의 '최초' 행보를 만들어나가고 있으며 예술 영화에서 완성도와 흥행성을 고루 갖춘 K-드라마 신드롬으로 세계의 주목을 확대시켰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비결은 승자 독식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 한국의 전통 놀이와 세계적인 소재와 조화를 이룬 스토리텔링, 몰입을 높이는 배우들의 열연 등 만듦새를 꼽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동시다발적으로 전달한 것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동시 공개라는 포맷을 통해 국가별 공개 시기 차이를 허물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 공간의 제한을 무너뜨렸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문화를 더욱 공고히 만들고 있다. 판권 수출과 방영까지의 까다로운 단계를 생략하고, 국가별 자막과 더빙을 제공해 진입장벽을 낮춘다. 또한 현지화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킹덤' 시리즈,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좋아하면 울리는', '스위트 홈' 등을 통해 예열을 한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알아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한국 역시 넷플릭스를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에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 사전에 계약된 제작비를 지급할 뿐 흥행으로 인한 로열티는 따로 지급하지 않는 정책과 최근 5년 만에 기존 넷플릭스 비용을 약 17%가량 인상했다. OTT 업계 경쟁 심화에 따른 콘텐츠 투자 비용 확보를 위한 가격 인상이라는 전제가 따르지만, 넷플릭스가 독보적으로 OTT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에 독단적으로 비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콘텐츠가 국경이나 문화, 문법의 경계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한국의 콘텐츠의 확대와 변화에 따른 영향력이 강해지는 만큼 이에 따른 정당한 환경과 기회가 풍성해져야 한다는 것 역시 더욱 중요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