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신기록 보유자 발리예바 4위로 대회 마감
도핑 적발이라는 오명 뒤집어 쓴 채 점프 실수
금지약물 파문에 휩싸인 러시아의 ‘천재 점퍼’ 카밀라 발리예바가 결국 입상에 실패했다.
발리예바는 17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 프리 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73.31점, 예술점수(PCS) 70.62점을 획득, 총 141.93점으로 4위에 그쳤다.
이틀 전 쇼트프로그램에서 압도적인 기술을 선보였던 발리예바는 82.16점으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고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한 발리예바는 프리스케이팅서 실수가 거듭돼 추락하고 말았다.
금메달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안나 쉐르바코바에게 돌아갔다. 쉐르바코바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75.75점을 획득, 쇼트 합계 255.9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고 2위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251.73점), 그리고 3위는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233.13점)의 몫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영은 최종 6위로 선전했다.
많은 말들이 나온 여자 피겨스케이팅이었다.
여자 피겨계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이후 러시아 3인방(발리에바, 쉐르바코바, 트루소바)이 등장하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역대 여자 피겨 레전드들도 쉽게 해내지 못했던 4회전 점프는 물론 트리플 악셀까지 너무도 손쉽게 해내며 압도적 기량을 펼쳤다.
자연스레 불법 금지 약물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고 이번 올림픽 기간,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발리에바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며 의구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CAS(스포츠중재재판소)가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락하면서 다시 한 번 논란이 가중됐다. 발리예바는 지난 쇼트프로그램서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16세의 어린 나이 소녀가 이 모든 것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어렸다.
특히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스포츠중재재판소의 판결이 나오자 곧바로 성명을 발표, 발리예바가 입상 시 메달 수여식 자체를 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발리예바 입장에서는 1위에 오르더라도 ‘불명예’의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
목표 의식이 없어진 발리예바는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발리예바는 자신의 주특기인 트리플악셀서 회전수 부족으로 감점을 받은데 이어 대부분의 점프가 착지 불안으로 이어지며 점수를 쌓는데 실패했다. 그렇게 세계를 놀라게 했던 점프 천재는 약물 파동의 논란만 남긴 채 빈손으로 떠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