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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의 낙화(落花)


입력 2022.01.31 05:30 수정 2022.02.01 21:42        데스크 (desk@dailian.co.kr)

막판에 정권교체 대의 좇는 길 택해 유종지추(有終之醜) 피했으나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자세로 정치 인생 마무리 생각해야

정치 생명 연장 위한 게 아니라면 대권 3수 목적 대구시장 출마 접고

여당 프레임 편승해 윤석열 ‘본부장 비리’ 공격한 것도 사과해야만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BNB타워에서 열린 JP희망캠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 <낙화(落花)>의 유명한 첫 문장이다. 며칠 전 이 시 두 행(行)과 화이부동(和以不同, 서로 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는 않음)이라는 공자의 논어 말씀을 올려 어떤(예상키에 어렵지 않은) 결단을 예고했던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패배자 홍준표가 기사회생(起死回生)의 길을 택했다.


샅바 싸움을 하던 상대가 싸울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탁탁 털고 나가버리고 구경꾼들도 다 사라져 돌연 길바닥에 혼자 남겨진 유기(遺棄) 노인 신세로 잠시 전락한 그였다. 그것은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과 선거 캠프의 기치(旗幟)와 맞지 않는 구태(舊態)를 보인 자업자득이었다.


그 자업이란, 선대본부 참여 조건으로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5개 국회의원 보선 지역 선거구 중 서울 종로에 최재형, 대구 중남에 이진훈 공천을 내걸은 것이었다. 그는 당 안팎에서 비난이 빗발치자 윤핵관, 면후심흑(面厚心黑) 운운하며 덮어씌우려 했으나 그의 속은 이미 투명하게 들킨 뒤였다.


윤석열과의 담판 만찬 전 그는 6월 지자체 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나설 생각을 하고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 유리하게 나온 결과에 고무됐다는 사실이 대구 지역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이를 위해 잠재 시장 선거 경쟁자인 이진훈을 국회의원 공천 및 당선 약속으로(보수 텃밭인 대구니까) 주저앉히려는 그의 의도가 읽혀진 것이다.


대구 수성을 국회의원인 그는 왜 대구시장에 집착하는가? 정통 보수 정당 대표 2회, 최종 대통령 후보와 경선 후보 각 1회, 국회의원 5선, 경남도지사 경력에 무엇을 더 보태고 싶은 것일까? 답은 대권 3수 계획에 있다. 그는 지난 경선 시 尹에게 대패한 보수 아성에서 표밭을 다지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려는 태세다.


전 감사원장 최재형은 최종 경선 당시 홍준표 편에 선 인물이면서 이미지가 좋아 이진훈을 팔아먹기 위해 끼워 넣은 상품이다. 그는 崔를 앞세워 사리사욕(구태) 아닌 윤석열의 ‘국정 운영 능력 담보’라는, 난해하고도 尹을 위하는 듯 한 명분을 내거는 술수를 부린 것이다.


그 결과 나이 67, 정치 경력 25년에 유종지미(有終之美)가 아닌 유종지추(有終之醜)를 남기고 정계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았다. 경선 패배 후 놀이터 겸 경선 불복의 장으로 활용한 자신의 SNS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실망한 이들의 탈퇴 러시까지 일어났다. 홍준표의 대(對)윤석열 우위 증거로 뽐냈던 ‘청년’들이 돌아서기 시작하자 그는 충격을 먹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그리고 예의 시와 사자성어를 올린 하루 뒤 윤석열 선대본부 참여를 결정했다.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지난번 윤 후보와 회동할 때 참여하기로 약속한 중앙선대위 상임 고문 직을 수락합니다.”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 한 홍준표다운 ‘수락’ 어법이다. 고문의 역할을 ‘자문’에 응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 수 가르쳐주겠다는 뜻…….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그의 대의를 좇기로 한 결심은 어쨌든 다행이다.


하지만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들어서고 있는 그에게 쓴 소리는 해야겠다. 필자는 애국적이라 믿은 독설과 소신의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에 한때 큰 호감을 가져 적극 지지했던 사람이므로 그런 말을 해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다.


그가 이번 대선의 보수 진영 주자 중 한 사람으로 가장 큰 잘못을 한 것은 상대 진영에서 흉계(凶計)로 지지한 역선택을 이용, 내부 총질과 경선 불복을 자행한 점이다. 그 가짜 지지세를 바탕으로 적의 프레임을 그대로 씌워 아군인 윤석열에게 적군보다도 더 가혹하고 야비하게 공격했다.


그와 이재명 측, 친정부 언론이 집요하게 제기해온 소위 윤석열의 ‘본부장(본인, 부인, 장모) 리스크’는 대부분 수사와 재판을 통해 단 한 건도 치명적 문제로 입증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홍준표는(경선 당시 유승민, 그리고 현재의 안철수도 대동소이다) 의혹을 기정사실로 몰아세우는가 하면 경선 탈락 후 원팀 합류 조건으로 ‘처가 비리 엄단’을 주장하는, 치졸한 태도를 보였다. 그가 진정으로 윤석열을 도울 마음이라면 이 공격부터 사과해야만 한다.


<청년의꿈>에서 답글 형식으로 ‘좁쌀영감’ 속을 이어간 것도 추태였다. 사실, ‘홍카’를 따랐다는 ‘청년’들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SNS라 나이와 성별도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좌파 파견 간첩들인지 정권교체는 남의 일인 우파 건달들인지 모를 사람들인 것이다.


이런 자들을 밑천으로 그는 또 대권 꿈을 꾸고 있는 모양인데……. 제발 재고(再考)를 주문하고 싶다. 한국 정치는 바뀌어야 하고 이번 대선이 끝나면 바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홍준표는 이 엄중한 시대에 하나의 밀알이 되려고 해야지 그 쓰나미에 휩쓸려 가는 한 톨의 씨알이 되고 말 것인가?


꽃이 지는 것은 바람의 탓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이자 새로운 생성의 신호다. 정치 개혁, 정치 교체도 섭리로 받아들여, 이번 선대본부 참여가 구차한 정치 생명 연장 목적이 아니라면 대권 3수니 대구시장이니 다 접어두고 참으로 관조(觀照)하는 자세를 가져야 그가 조지훈 시를 가슴으로 읽은 것이 된다.


<낙화>라는 시는 이형기의 것도 유명하다. 홍준표에게 그 시 첫 문장을 적어 드린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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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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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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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호 2022.01.31  07:27
    안철수는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 정식후보등록전 사퇴할 것이다.
    왜냐 나라에서 국민세금으로 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이다. 얼마나? 궁금하면 지는거다. 물론 당연히 여야 후보는 450억원 이상씩  지원받기에 그들은 당연히 인물논란이 있어도 직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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