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차례상 민심' 좌우할 토론
'꾸밈' 주기보다 본연의 승부
토론은 뇌리 남는 '인상'이 핵심
'윤석열다움'으로 진정성 부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사이의 TV토론이 '설 차례상 민심'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후보의 TV토론 승부수는 '진정성'이 될 전망이다.
24일 데일리안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후보는 다가올 TV토론에서 특별한 '꾸밈'을 주기보다는 본연의 모습으로 승부를 볼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다움'으로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부각한다는 복안이다.
역대 국내외의 TV토론 사례를 살펴보면, TV토론은 전체적인 내용보다도 시청자의 뇌리에 남는 '한 장면'의 인상이 중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2007년 대선 TV토론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시종 BBK 의혹만 걸고넘어지며 "사퇴하겠느냐"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은 정 후보가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은 없이 네거티브에만 골몰한다는 인상을 갖게 됐고, 대선은 정 후보의 완패로 끝났다.
2012년 대선 TV토론에서는 옛 통진당 이정희 후보가 '신스틸러'가 됐다. 이정희 후보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겨냥해 "박 후보 떨어뜨리러 나왔다"고 내뱉은 한 마디가 화제였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시선 밖으로 밀려난데다, 이 후보의 발언이 박 후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역풍이 불면서 대선은 박빙 승부 끝에 박 후보의 신승으로 끝났다.
2017년 대선 TV토론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내가 갑철수냐, MB 아바타냐"는 말을 꺼내면서 스스로 상승세를 꺾었다. 물론 이것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는 '대선 불법댓글 여론조작'을 자행한 '드루킹'이 핵심적 역할을 했지만, 안 후보도 꺼내지 않아야 할 말을 굳이 꺼내면서 스스로를 부정적인 프레임에 옭아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TV토론은 세부적인 내용보다는 토론이 끝난 뒤 유권자의 뇌리에 남는 '인상'이 중요하다. 120분간 진행되는 TV토론이라고 가정하면, 극단적으로 봐서 119분 동안 말을 잘하더라도 불과 1분 동안의 잘못된 인상이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아버리면 실패하는 셈이다.
대선 TV토론의 원조인 미국 사례를 살펴보면, 첫 TV토론이 시행된 1960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가 맞붙었다.
이때 라디오로 토론을 들은 유권자들은 닉슨의 압승이라고 단언했다. 심지어 케네디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린든 존슨 부통령 후보조차 "케네디가 토론을 완전히 망쳤다"고 분개했을 정도였다.
반면 TV로 시청한 유권자들은 두 후보가 무슨 말을 했느냐에 관계없이 케네디 후보의 자신감과 진정성을 높이 샀다. "사상 첫 TV토론이 후보자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답한 유권자가 57%에 달했기 때문에, TV토론은 케네디 후보가 아이젠하워 행정부 8년 내내 '황태자 부통령'을 했던 닉슨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얼마나 말을 번드르르 하게 잘하느냐보다는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후보는 투박한 스타일 그대로 TV토론에 임하면서 '인간 윤석열' 본디 모습 그대로 유권자들을 상대로 진정성을 평가받으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종의 '비(非)전략의 전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