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 ‘위믹스’ 대량 매도 사태로 투자자 불신 커져
제도 미비에 예고된 초기 시장 혼란…업계 전반 ‘침체’
지난해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을 적용한 게임 출시를 선언하며 급등한 게임사들의 주가가 연초 일제히 하락하는 추세다. 가상자산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논의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데다가 최근 위메이드의 ‘위믹스’ 대량 매도 사태와 맞물려 시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 주가는 지난해 11월 22일 장중 24만5700원까지 치솟으며 최고가를 경신했으나 전날 12만9900원으로 마감하며 약 두 달여 만에 반토막이 났다.
위메이드의 급격한 주가 하락 원인은 위믹스 대량 매도로 지목됐다.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 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으로 매도해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데 활용해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믹스 가격이 30% 급락했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논란이 커지자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직접 나서서 매매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일부 투자자들의 신뢰는 무너진 상태다. 위메이드가 위믹스의 약 80%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고 변동성이 크다 보니 지금처럼 투자자 혼란을 야기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가 계속해서 입장을 바꾸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 대표는 위믹스 대량 매도 논란이 불거진 직후 위믹스를 소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었으나 전날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전날 유튜브 ‘내일은 투자왕-김단태’ 채널에 출연해 “지난주에 (위믹스도 주식처럼) 배당과 비슷한 것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똑같은 경제적 효과를 갖는 게 소각이다”라며 “1년간 플랫폼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환원한다고 했을 때 공평하게 하는 방식이 소각이어서 구체적인 (수익) 실현은 소각이 될 것 같다”고 입장을 바꿨다. 다만 “확정은 안 됐고 변경될 수도 있다”고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위믹스 논란이 시장 전체에 대한 의심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사의 NFT 사업 계획 발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으나 순식간에 실체 없는 ‘모래성’으로 비치며 생태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으로 생긴 시장이다 보니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컴투스그룹의 경우 당장 올해 1분기 내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공언한 만큼 위메이드처럼 자체 플랫폼 구축과 코인 발행 등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논란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는 코인 발행 준비 과정에서 홀더들의 이익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NFT 게임 출시 소식과 함께 급등한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1월 24만1500원에서 전일 종가 기준 15만44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규제 한계도 여전하다. 국내에서는 사행성을 이유로 플레이투언(P2E) 게임을 불법으로 취급한다. 최근 나트리스의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무돌삼국지)’에 대한 등급분류결정취소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사례만 봐도 문제가 단시간 안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게임사들의 주가는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의 흥행과 NFT 적용 선언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 11일 주가 78만6000원으로 반짝 오름세를 기록하다가 전일 57만8000원으로 마감했다. 넷마블도 같은 기간 14만500원에서 10만8500원으로 하락했고 카카오게임즈는 11월 17일 11만6000원에서 전일 종가 기준 6만8900원으로 하락했다.
단, NFT 접근에 신중했던 게임사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하면서 한때 급등했던 게임주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래프톤은 11월 17일 58만원에서 전날 34만500원으로 떨어졌고 펄어비스도 같은 기간 14만5200원 10만9000원으로 내려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위메이드의 위믹스 운영 전략을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여러 게임을 온보딩하고 생태계를 키워 가상자산 자체의 가치를 올린다는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다”며 “다만 코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인해 위메이드와 주식 투자자들의 지갑만 채워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형성될 수 있어 후발주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