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규제·세제 강화, 세입자 주거 부담 부작용 초래
여야 대선주자, 앞다퉈 현 정부 반대 부동산정책 공약
"표 계산에 그쳐선 안 돼…정책 수립까지 이어진다면 긍정적"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수요 억제를 명분으로 한 다주택자 옥죄기와 공공 주도의 주택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수준의 규제 강화와 도심 내 공급 부족이 맞물려 집값은 천정부지 상승했고 동시에 무주택자에 대한 주거비 부담은 가중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선 시장 논리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한 건 2017년 8·2대책 이후부터 본격화된다, 임대차시장 안정화를 위해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도입, 다주택자에게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일부 당근책도 있었으나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 현재는 유명무실한 정책이 됐다.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다. 2020년 7·10대책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2배가량 인상했다. 정부는 세제 압박을 견디지 못한 다주택자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다주택자들은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가족에게 증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실상 시장에 임대물량 공급자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 매물이 감소하면서 전세시장 불안도 가중됐다. 급등한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전셋값을 올리거나 반전세, 월세로 돌아서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시장에선 올해 치러질 대선이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거라 기대를 모은다. 여야 대선주자들 역시 현 정부 부동산대책과 차별화를 꾀하며 시장 안정화에 방점을 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현 정부 부동산정책과 방향성을 같이 하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연일 부동산 세제 개편을 거론하고 있다. 이 후보는 "현 정부 부동산정책은 실패한 게 분명하고 실패했다면 원인을 제거하고 바꿔야 한다"며 문재인정부와의 선 긋기를 진행 중이다.
그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중과 유예를 비롯해 공시가격 전면 재검토, 종합부동산세 완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 혜택 등을 잇달아 공약했다. 일부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 및 층수 규제 완화 등도 검토하겠다고 시사했다.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을 얻으려 급격하게 정책 방향을 수정하면서 오히려 '포퓰리즘' 공약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표를 얻기 위한 전략적인 발언들"이라며 "실제 당선이 되고 나서 공약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매수와 매도, 보유 억제 정책에 무엇보다 공감한 사람이 이재명 후보"라며 "표 계산이 나오지 않으니 뒤늦게 규제 완화 공약을 내놓고 있는데, 우선 정책부터 내놓고 뒤늦게 부작용을 손질하는 문재인정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얼마나 신뢰를 얻을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역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주택 공급을 담당하고 도심 내 주택공급은 민간이 맡아 시장에 자연스럽게 공급이 이뤄지도록 유인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또 내년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고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추진, 양도세 개편 및 취득세 인하 등 세 부담 완화 공약도 제시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 세율 적용을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 모두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대해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다주택자는 투기세력, 무주택·1주택자는 선량한 실수요자라는 프레임을 벗고 실제 정책 수립하는 과정에선 충분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에 여러 주체가 있고 그 나름대로 역할이 있는데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부동산정책 실패를 반복했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세 부담 증가가 전월세 부담으로 전가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도심 정비사업 확대를 통해 수요자에게 필요한 주택을 만들고 다주택자가 전월세물량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그런 구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여야 후보들의 공약은) 어쨌든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각각의 주체들에 대한 역할을 인정하겠다는 것이어서 정책까지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