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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행동 배민 라이더 "하루 14시간 노동" vs 우아한형제들 "월급 400만원대"


입력 2021.12.24 05:40 수정 2021.12.24 00:34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라이더들, 배민 본사 앞 집회·200여명 집결…기본배달료 4000원 인상·픽업거리 할증 도입 등 주장

"도로 위의 무법자? 오토바이 유지비 빼고 법정 근로시간 지키면 임금 반토막"

"매일 밤12시 퇴근에 아기 볼 시간도 없다…본사는 한달에 1억 콜, 그럼 돈은 누가 다 버나"

사측 "노사 간 임금협상 계속 진행중…지역 할증가격 차이는 지역 배달료 기준에 맞춘 것"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배달의 민족 기본 배달료 인상 및 픽업거리 할증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들이 기본급 성격의 배달료를 올리고 지역간 요금 차별을 없애달라며 마침내 집단행동에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 지부는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배달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7년 동안 동결된 기본배달료를 인상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200여명의 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본사 앞에 결집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한 뒤 본사와 1차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단체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은 ▲현재 3000원인 기본배달료를 4000원으로 인상 ▲픽업거리 할증 도입 ▲지역별 기본배달료 차별 중단 등이다.


최근 한 집에 한 건의 배달을 하는 단건배달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묶음배달 때보다 수익이 주는 구조임에도 기본배달료는 오르지 않아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게 노조 입장의 핵심이다. 또 실제 음식점에 음식을 받으러 가는 '픽업'거리가 사실상 '공짜노동'이고, 서울 등은 기본배달료가 3000원인 반면 광주 등 지방은 2600원 수준으로 낮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홍창의 민주노총 배달플랫폼지부 지부장은 "우리가 바라는 건 강남 아파트가 아니라 소박하게 가족들과 밥을 먹고 여행을 가는 시간이고 안정적인 수입을 원할 뿐"이라며 "'건당 2만원', '도로 위의 무법자'라는 인식과 달리 오토바이 유지비를 빼고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면 임금은 반토막 난다"고 호소했다.


김영수 민주노총 배민지회장도 "우리는 아파트 단지를 돌고 돌면서 배달하는데 직선거리로 측정이 되고 있다"며 "본사는 한달에 1억 콜이 들어온다면서도 항상 적자라고 말하는데 그럼 도대체 누가 돈을 벌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용석 배달플랫폼지부 대구분회 분회장은 "대구는 기본 배달료가 2700원이고 거리할증도 서울과 비교해 차별을 받고 있다"며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이유가 바로 이 배달료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배달의 민족 본사 앞에서 열린 배달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배달의 민족 기본 배달료 인상 및 픽업거리 할증 도입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데일리안

현장에서 만난 6년차 라이더 김모(45)씨는 "본사에서 단건 배달을 강요하면서 같은 시가을 일해도 수입이 40% 이상 줄었다"며 "이때문에 원래 오전 9시에 일을 시작해 밤 9시쯤 일을 마무리했다면 요새는 밤 12시, 새벽 2시까지 일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1년 넘게 배민 라이더로 일하고 있는 한모(43)씨는 "최근 오전 9시 출근 밤 12시 퇴근이 일상이 되면서 두 돌 아이 볼 시간이 아예 사라졌다"며 "여기 나온 이들은 모두 배민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어 남아있기 위해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인데, 상황이 지속되면 라이더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가한 조합원 200여 명은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사측인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이 있는 잠실역까지 약 1km가량 행진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상생안이 합의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은 기본 배달료를 인상하면 자영업자와 소비자의 배달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미 프로모션 배달료를 많이 지급해 급여 수준이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이 밝힌 2019년 12월 기준 전업 라이더의 월 수익은 평균 400만원대 정도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날 집회에 대해 "임금 협상과 관련해서는 사측과 노조가 꾸준히 협상 테이블에서 머리를 맞대며 협의하고 있다"며 "지역 간 할증가격 차이는 그 지역마다 형성된 배달료 기준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집회로 인해 주문, 배달 서비스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회 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송파구 주민 이모(29)씨는 "지금도 배달비를 5000원씩 내는데 기본 배달료가 인상되면 소비자들이 더 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주민 정모(34)씨는 "코로나 시국에 배달은 꼭 필요한 노동이고, 상생하려면 이들의 처지가 나아져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소비자 피해가 없는 선에서 배달료 조정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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