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결례' 알면서도 中 자극 피하려 강행했단 해석
정상회담 염두했다는 풀이도…靑 "외교 원칙 따라"
정부가 대만의 장관급 인사를 국제콘퍼런스 화상 연설자로 초청했다가, 연설 당일 새벽 일정 취소를 한 걸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중 정상회담 임박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앞둔 정부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외교적 결례임을 알면서도 이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외교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16일 개최한 국제콘퍼런스에서 대만의 장관급 인사인 오드리 탕 행정원 디지털담당 정무국원을 연사로 초청할 계획이었지만, 당일 새벽 취소했다.
이를 두고 대만 정부는 한국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를 의식해 내린 조치라며 공개 항의했다. 대만 정부는 "한국 측의 결례에 대해 대만 주재 한국대표부 대표를 불러 강력한 불만을 전달했다"며 "한국에 있는 대만 대표처도 한국 측에 대만 정부의 엄정한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은 독립국이고 세계 각국과 교류 및 왕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우리 정부는 국가 주권과 존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초청 취소 사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대만 정부의 주장처럼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대만 정부 인사의 연설을 취소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탕 장관은 이달 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차이잉원 총통을 대신해 대만 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특히 한중 정상회담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의 회담과 관련,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제반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기 전이라도 한중 화상 정상회담 등 필요한 소통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실제 한중 양국은 내년 1월 화상 정상회담을 목표로 물밑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언제든 필요하면 한중 정상 간 통화든 다른 방식의 대화든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중국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우리 외교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리가 대만과 경제, 문화 등의 비공식 관계 그리고 그것을 통한 실질 교류를 지속적으로 증진시켜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어제 이러한 방향으로 외교부에서 설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외교부 당국자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된 것"이라며 "대만과 비공식적 실질 교류를 지속 증진해 나간다는 우리 정부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석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본의 한 언론은 중국이 문 대통령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공식 초청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중국과) 관련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