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배달료 7년째 동결" 배달의민족 라이더스 노조, 파업 예고…23일 대규모 집회 예정
배민 "평균 배달료 7000~8000원, 더 올리면 소비자에 영향 갈 수도"
음식점주 "지금도 수천원 배달료 부담"…소비자 "더 오르면 안 시킬 것"
노조 "프로모션 금액 낮추고 기본배달료 올리면 소비자·업주 부담은 없을 것"
배달의민족(배민) 라이더들이 기본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7년째 동결된 기본 배달료를 인상해 라이더들의 기본 생활을 지켜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배달료 인상 부담이 전가될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모두가 힘든 상황인 만큼 한발씩 양보하는 상생의 미덕을 발휘할 때라고 조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 배민지회는 지난 1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7년간 65% 올랐으나 기본배달료는 여전히 3000원"이라며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 사측과 임금교섭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오는 23일 대규모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라이더들의 주요 요구사항은 기본배달료 인상이다. 노조에 따르면 배민이 최근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를 시작했는데, 기본배달료가 오르지 않아 묶음배달 때보다 수익이 주는 구조이다. 또 라이더가 받는 배달료는 기본배달료, 거리할증, 프로모션 등으로 이뤄지는데, 사측은 기본료와 거리 할증은 올리지 않고 보너스 형태의 프로모션만 지급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현재 배민이 단건배달 1건에 측정한 기존 배달료는 5000원으로, 음심점 업주와 주문자가 이를 나눠낸다. 배민이 배달 수요·공급 조절을 위해 프로모션 등 비용을 추가한 뒤 정산해 라이더들에게 지불한다. 이 때문에 기본배달료가 오른다면 직접적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 측 관계자는 16일 "거리할증, 프로모션에 따라 배달료가 달라져 라이더들이 3000원만 가져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평균 배달료도 7000~8000원 수준"이라며 "기본배달료 인상은 업주, 소비자에게도 영향이 갈 수 있는 부분이라서 신중히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민 라이더들의 파업 예고에 자영업자와 소비자들은 울상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원모(54)씨는 "코로나19로 방문 손님이 줄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수천원씩 나가는 배달료가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백원, 천원 더 오르는 것도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배민1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최모(28)씨는 "코로나로 최대한 대면 식사를 줄이느라 배민을 자주 이용하는데 2만원 밥값에 배달비가 5000원을 내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서 더 오르면 다른 서비스를 찾아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29)씨도 "1인 가구로서 매번 4000원씩 내는 배달료도 비싸다고 느낀다"며 "기본배달료가 올라가더라도 소비자, 업자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사측과 라이더들이 해결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노조 측은 프로모션 비용을 줄이면 업주, 소비자에게 가는 인상 부담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수 민주노총 배민라이더스지회 회장은 "지금 배민은 쿠팡 등 다른 배달업체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 프로모션이라는 명목으로 기본 배달료에 요금을 더 얹어주는 형식인데, 이 프로모션 비용을 지출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나고 있다"며 "프로모션 금액을 낮추고 기본배달료를 올린다면 소비자, 업주 부담이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어 "경쟁이 끝나고 나면 프로모션 요금은 언제든지 없어질 수 있는 금액이기 때문에 기본배달료 인상이 중요하다"며 "많이 언급되는 '1억 연봉 라이더'들은 정말 극소수이다. 많은 라이더들이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배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타격과 물가상승 등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배민 측과 노조 측이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배민부터 쿠팡잇츠까지 많은 플랫폼들이 생기고 라이더들을 유치하려고 경쟁하고 있어 라이더들도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사측이 착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차원에서 수백원 수준의 인상으로 가되 소비자, 업주에게는 전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 타격을 입은 업주와 급격한 물가 상승 상황에 놓인 소비자, 적자를 보고 있는 기업 모두에게 너무 열악한 경제상황"이라고 전제하고 "단건배달, 프로모션 비용 지급 등 조금 나아진 환경을 고려한다면 지금 라이더 측이 상생하는 마음으로 양보할 때"라고 밝혔다.